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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장

서류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나영재는 저절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사람의 본성이 이 정도로 복잡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이런 무의미한 일에 쓰인다니… 뿐만 아니라 그는 예전에 안소희를 제대로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세연을 만나봐야겠어.” 나영재가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성진영이 대답했다. 성진영이 나간 후에도 나영재는 여전히 손에 있는 두꺼운 자료들을 훑어보았다. 지금 받은 충격은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컸었다. 그는 한 사람이 이렇게까지 위선적일 수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하세연, 하세훈의 동생이었다. 나영재는 하세연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하세연이 안소희를 모함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런 생각에 나영재는 이마에 손을 얹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예전에 자신이 안소희에 대한 의심과 추궁, 불공평 그리고 안소희가 자신에게 했던 설명까지 전부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그때 나영재는 안소희를 어떻게 대했던가? 그는 안소희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었다. 이런 생각에 나영재는 숨을 쉬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안소희 말이 맞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한 사람은 줄곧 나영재였다. 안소희는 전혀 변하지 않았었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가슴이 답답했다. 마지막엔 가슴이 욱신욱신 쑤셔오기까지 했다. 상황을 보고하려고 나영재의 사무실에 들어온 성진영은 나영재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쓸쓸한 표정으로 넋을 잃고 자료 뭉치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 아마 지난 일을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성진영은 그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인생은 끊임없이 얻고 잃는 과정이다. 그 가운데서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했다. 나영재와 안소희는 서로 사랑했지만, 결국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다. 그 후 한 시간 동안 나영재는 줄곧 그의 사무실에 있었다. 누군가 그를 찾아와 사인을 요청하거나 일을 물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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