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4장
“할아버지 생신이 지난 지 거의 한 달이 지났어.”
나영재의 서늘한 눈빛은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너는 매달 20일 좌우면 생리를 하잖아. 임신한 거 아니야?”
그의 한 마디에 안소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에 그 사람이 허가윤에게 임신 여부를 주의하라고 했었는데 이 일에 뭔가를 하려고 그랬던 것 같았다.
그녀는 양미간을 찌푸렸다.
“허가윤한테 말해볼게.”
“안소희.”
나영재는 목이 메어왔다. 그는 무수한 말들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그의 마음은 답답하고 괴로웠다.
그는 안소희가 자신을 중요하지 않은 사람처럼 대하는 게 정말 싫었다. 욕을 해도 좋으니 자신에게 감정 표현을 하기를 바랐다.
안소희가 고개를 돌리자, 나영재와 시선이 부딪쳤다. 그의 쓸쓸하고 복잡한 마음은 안소희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 느낌을 애써 무시하고, 아주 담담하게 물었다.
“말해.”
“미안해…”
나영재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마에 내려앉은 머리카락은 쓸쓸한 듯 쳐져 그의 미간을 가렸다.
그는 그가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지난날의 여러 가지 일들을 후회하고 있다.
안소희와 이혼한 것을 후회하고, 그녀를 더욱 잘 사랑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안소희는 잠시 멈칫했다. 순간, 그녀의 시야가 흐릿해졌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도 나영재가 이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그녀에게 강한 느낌을 주지는 않았었다.
이혼을 하지 않았을 때, 그녀는 나영재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게 하고, 그 일에 후회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교만하던 그가 잘못을 저지른 것 때문에 온몸이 으스러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생각보다 큰 복수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반대로 그녀는 매우 담담하고 심지어 조금 아쉬었다.
어디 하나 빠짐없이 우수한 나영재가 왜 감정적인 면에서만 이렇게 어리석을까?
그는 원래 완벽한 사람이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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