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0장
진이준은 소파에 앉아 아무런 말이 없는 나영재를 흘깃 쳐다보다 안소희에게 말했다.
“부탁할 게 있어.”
“말해요.”
안소희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우리 집에 가서 같이 새해를 보냈으면 해.”
조용히 입을 여는 진이준의 가늘고 긴 두 눈에는 알 수 없는 기색이 어렸다.
“내 여자 친구인 척 좀 해줘.”
안소희는 잠시 멈칫했다.
“제가요?”
“응.”
“서우나 서진이한테 부탁하지 그래요.”
안소희는 지난번과 비슷한 대답을 할 뿐 대장이 자신에게 마음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전 그런 거 잘 못해요.”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리는 일에는 첫인상이 가장 중요했다.
그녀는 감정에 조금 무딘 편인 데다 성격도 담담했다. 당시 나영재와 결혼을 했을을 때에도 그의 가족들과 천천히 접촉을 하다 나중에야 겨우 익숙해졌다.
“너무 능숙해도 오히려 안 좋아.”
옆에서 귀를 쫑긋하며 듣고 있던 안연희는 오빠와 언니가 만나기를 몹시 바랐다.
“잘 못해야 맞는 거야.”
“밤까지 보낼 필요는 없어. 이야기를 오래 나눌 것도 아니고.”
진이준의 말투에는 무심함이 담겨 있었다.
“그냥 인사만 하면 돼.”
안소희는 조금 망설였다. 부모님에게 인사드리는 일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겁 나는 거야?”
진이준은 눈썹을 들썩였다.
“….”
안소희는 할 말을 잃었다. 그 정도는 아니었다.
“진짜 겁나는 거면 나도 딱히 강요는 안 할게.”
진이준의 함정이 이어졌다.
“기껏 해 봐야 집 가서 욕 좀 먹는 거지 뭐, 별거 없어.”
“점심에만 시간 돼요.”
안소희는 결정했다.
“저녁에는 집에 가서 설 쇠어야 해서요.”
그녀의 생각은 간단했다.
대장은 좋은 사람이고 그들에게 잘해주는데 새해에 집에 가서 욕까지 먹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진짜로 연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연기일 뿐이지 않은가.
“부탁 들어주는 거야?”
진이준의 끝 음이 올라갔다.
“네.”
안소희가 대답하자 진이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눈에 옅은 미소가 어렸다.
“고마워.”
옆에 앉아있던 나영재는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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