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7장
“됐어.”
나영재가 거절했다. 칠흑같이 검은 눈동자는 평소보다 더 어두웠다. 안소희가 정말로 전화를 걸지 않는 것을 본 나영재는 그대로 방으로 돌아가더니 다시는 안 나왔다.
안소희는 그의 반응에 의아해져 나기훈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문자를 보내려는 순간 전화가 걸려 왔다.
“영재 방으로 돌아갔지?”
나기훈의 첫 마디는 그것이었다.
안소희는 거실 안을 훑어보다 나기훈의 예지력에 감탄했다.
“돌아갔어요.”
그녀는 이 방에 감시카메라라도 달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며칠 뒤에 있을 회사 연말 파티가 끝나면 보러 갈게.”
나기훈이 말을 이었다.
“지금 상태는 어렸을 때랑 차이가 확실히 커.”
안소희는 대답했다.
“네, 오실 때 말씀해 주세요. 마중 나갈 사람 보낼게요.”
“그래.”
통화를 마친 안소희는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만약 정말로 단순히 기억을 잃고 정신 연령이 어려진 거라면 천천히 시간을 들여 보살피면 그만이었다. 심서가 말한 대로 언젠가 회복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봤을 땐 나영재의 상태는 이상했다.
원래는 내일 심서를 찾아가려 했지만 내일에는 회사에 다녀와야 하는 데다 밤에는 회사 연말 파티에 가면무도회까지 있어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아침.
나영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만들었다.
하지만….
주방의 문이 잠겼다.
주방 앞에 서서 몇 번이나 문을 열려고 했지만 주방의 문은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안소희는 그런 나영재의 기척에 놀라 어제와 마찬가지로 잠옷에 부스스한 머리로 밖으로 나왔다.
“문 잠겼어.”
잠시 멈칫한 나영재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 아직 안 나았잖아.”
안소희는 일찍 일어난 탓에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아있었다.
“들어가서 다시 자. 아침 주문했으니까 굶는 일은 없을 거야.”
“내가 한 게 맛이 없었던 거야?”
나영재는 머리를 푹 숙였다.
“아니야, 네 상처가 더 심해질까 봐 그러는 거야.”
안소희의 말에 나영재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진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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