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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장

지금 생각해 보니 오후에 대장이 나영재에게 제자규를 베껴 쓰라고 했을 때에게도 필체로 정체를 들키길 바라서 시킨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인과 어린아이는 펜 끝의 힘이 다르니까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영재는 그것마저도 연기했다. “누나.” 나영재의 목소리가 밖에서 울렸다. 안소희가 문을 열었다. “왜 그래?”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 나영재는 심서에게 생각과 판단의 공간을 주려고 했다. “듣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말해.” “옆집 진이준 형 좋아해?”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안소희는 진지한 나영재의 모습을 보자 머릿속에 자꾸 나영재는 연기 중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전에 이미 대답해 줬잖아?” 그녀가 말했다.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어서. 만약 옆집의 진이준 형이 누나한테 고백한다면 그 형이랑 만날 거야?” 나영재는 이 일이 자신에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안소희는 대장이 잘생겼다는 것을 알았지만 잘생겼다는 게 유일한 조건이 아니었다. “나 지금은 그런 쪽으로 아무 생각도 없어.” 지난번 결혼이 실패했던 탓인 건지 아니면 성격 때문인 건지 지금의 그녀는 결혼과 연애에 대한 관심이 아주 적었다. 모든 게 다 자연스럽게 흘러가길 바랐다. “그럼 누나 나랑 결혼할래?” 나영재가 다시 물었다. 그 말에 안소희는 아예 손을 들어 나영재의 머리를 쿡 찌르더니 진지하고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누나 동생 하기 싫어?” “난 누나랑 결혼하고 싶어.” 나영재는 대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누나를 챙겨주고 누나한테 잘해주고 싶어.” “그만 생각해.” 안소희는 이런 일에는 늘 단호하고 빨라 아주 확실하게 거절했다. “난 결혼하고 싶지 않아. 연애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평범하고 지내고 싶어.” 나영재는 심장이 쿡 찔리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확실하게 거절할 만한 건가? “전에 내가 누나를 다치게 해서 그런 거야?” 나영재는 또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거랑 상관없어. 나 때문이야.” 안소희는 나영재가 자신에게 너무나도 많은 정신을 쏟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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