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5장
겨우 주도권을 잡았다고 자부하던 안소희는 다시 의기소침해졌다.
진이준은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의 반응을 살피면서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몇 분이 지나 머리가 다 마르자 그는 헤어드라이어를 내려놓고 잠옷 주머니에서 그 자그마한 박스를 안소희에게 건네주었다.
“인제 너한테 맡길게.”
그 박스에 든 물건은 또 안소희를 괴롭혔다.
열일곱, 여덟의 소녀도 아닌데 괜히 불편했다.
“아니면…”
그녀는 약간 겁을 먹었다.
“뭐?”
“아니에요. 가서 누우세요.”
‘해보지도 않고 겁을 먹어서는 안 돼. 어떡하든 대장님의 기를 눌러야 해.’
안소희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진이준은 얌전히 침대에 누워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의 표정 변화에서 그는 벌써 그녀가 무슨 생각하는지 십중팔구는 짐작하고 있었다.
“너 부끄러우면 우리 포지션 바꾸자.”
그는 약간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했다.
“필요 없어요.”
안소희는 단호하게 거절한 후 다가가서 불을 껐다.
방 안에는 벽에 붙은 작은 등만 남았다. 희미한 불빛은 긴장감을 줄여 주기는커녕 오히려 사람 마음을 더 조마조마하게 만들었고, 침대에 올라가 진이준의 뜨거운 피부에 닿는 순간 안소희는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대장님, 정 긴장되시면 제가 가서 물 한 잔 가져올게요.”
안소희는 주의력을 딴 데로 돌려 긴장을 풀려고 했다.
“아니면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까요?”
진이준이 입가에 미소를 짓고 말했다.
“난 괜찮은데.”
안소희는 할 말을 잃었다.
‘제가 긴장돼서 그래요.’
“검품은 언제 시작할 거야?”
진이준은 그녀에게 다가가 일부러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난 벌써 준비 다 됐는데.”
“아직 준비 덜 된 것 같은데요.”
“다 됐다니까 그러네.”
“안 됐잖아요.”
“안소희.”
“네?”
“너 겁먹었지?”
진이준은 가벼운 미소를 짓고 바로 정곡을 찔렀다.
안소희도 아니라고 우기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진이준이 허점투성이인 그녀의 행동을 보고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그렇게 겁나면 다른 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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