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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장

사실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심서가 그의 건강 상태를 안소희에게 말할까 봐 두려웠고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 안소희가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정말로 더 이상 안소희의 생활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진이준 씨는 나 안 때려.” 심서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나영재에게 전혀 눌리지 않는 기세로 대답했다. “오늘 아침부터 제대로 휴식하지 않으면 네 일, 안소희 씨한테 얘기할 거야.” “심서.” 나영재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심서로 인해 슬슬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심서도 결코 물러설 생각 없이 똑바로 그의 두 눈을 마주 보았다. 큰 가문의 전 상속인이었던 심서는 기세에서 전혀 나영재에게 꿀리지 않았다. 다만 마음에 켕기는 게 있어서 조금 불안할 뿐이었다.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더 이상 네 일로 안소희 씨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겠지.” 심서가 대화 방식을 바꾸어 그를 설득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네 부모님도 조만간 알게 되실 거고 네가 마음잡고 잘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안소희 씨를 찾아가실지도 몰라.” 나영재의 눈빛이 더욱 서늘해졌다. 부모님이 안소희를 찾아가지 않으리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은 언젠가 안소희의 귀에 들어갈 게 뻔했다. 안소희가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녀의 마음속에서 그는 어떤 사람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단 하나 확실한 건 절대 안소희가 알아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네가 만약 안소희한테 말한다면 난 너랑 현규 일 네 부모님께 얘기할 거야.” 나영재는 처음으로 이렇게 치사하게 협박했다. “그리고 너와 현규 사이의 일 역시 퍼뜨릴 거고.” 다른 사람들이 현규와 심서의 사이를 알게 된다면 두 사람은 반드시 험난한 여론에 휘말리게 될 터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모두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게 뻔했다. 심서는 절대 현규가 그런 일을 겪도록 내버려둘 사람이 아니었다. “네 맘대로 해. 난 상관없어.” 심서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집에서 나올 때 현규 때문이라고 얘기했어. 업계에 퍼뜨린다 해도 난 상관없어. 이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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