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0장
나영재가 발걸음을 옮긴 그 순간 심서는 곧바로 안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은 스피커폰을 통해 텅 빈 거실을 가득 채웠다.
“안소희 씨가 몇초 뒤에 전화를 받을 것 같아?”
심서가 느긋느긋하게 물었다.
나영재는 발이 바닥에 딱 붙은 것처럼 좀처럼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뚜뚜-
큰 집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울리는 연결음을 들으며 심서는 나영재가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연결음이 여섯 번 울렸을 때 안소희가 전화를 받았다.
안소희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순간 나영재는 완전히 굳어버리고 말았다.
“무슨 일이죠?”
평소처럼 담담한 안소희의 목소리로 보아 심서와 아주 평범한 관계인 것 같았다.
“안소희 씨, 저를 위해 보안 시스템을 만들어 주시겠어요?”
심서는 바로 안소희에게 나영재의 상황을 말하지 않고 다른 얘기를 꺼내며 나영재에게 기회를 한 번 주었다.
“NA그룹보다 훨씬 보안 강한 걸로. 가격은 얼마든지 부담할게요.”
“아니요. 됐어요.”
안소희가 단칼에 거절했다.
염치도 없이 NA그룹을 들먹이다니, 전에 심서만 아니었다면 나영재와 그렇게 많은 갈등을 빚을 일도 없었을 터였다.
그랬다면 애초에 그렇게 많은 감정을 소모할 일도 없었을 거고.
안소희는 대답하자마자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심서와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기색이 역력한 행동이었다.
그녀의 행동을 예상했었던 심서는 끊겨버린 전화를 들고 나영재를 보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었다.
“이래도 아침 안 먹을 거야?”
“재밌어?”
나영재는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는 심서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가?”
“이전의 약속은 무효로 할 테니까 당장 나가. 지금 네 앞에서 그 계약서 찢어줄게.”
나영재는 더 이상 심서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말도 통하지 않고 고집도 여간 센 게 아니었다.
“지금 당장 서울로 돌아가.”
“네 병 고치기 전에는 아무 데도 안 가.”
심서 역시 단호하게 입장을 내비쳤다.
그도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지금 돌아가봤자 별 소용이 없었다.
현규가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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