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5화

임지유가 전화를 붙들었다. “지아, 세준이가 고열이야. 현우 바꿔.” 수화기 너머로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잘됐네요. 고열로 앓다가 바보 되면 딱이죠. 아, 몰랐어요? 저 현우 오빠 아기 가졌거든요. 진짜 후계자는 제 뱃속 아이예요. 세준이는... 바보 되는 게 나을걸요?” 전화는 뚝 끊겼고 다시 걸어도 받지 않았다. 품 안의 열기는 더 치솟고 임지유의 손끝이 떨렸다. 마지막 기대를 붙잡고 장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사모님... 죄송해요. 대표님이 지시 내리셨어요. 물 한 그릇 갖다드려도 바로 잘린대요.” 전화가 또 끊겼고 배터리는 5% 남짓 남았다. 임지유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차세준을 조심스레 바닥에 눕힌 뒤, 어깨로 마구간 문을 들이받았다. 한 번, 두 번, 열 번... 어깨가 저리고 팔이 불에 덴 듯 아파도 멈추지 않았다. 수십 번, 수백 번 들이박은 끝에 자물쇠가 비틀리며 문이 벌어졌다. 손가락 하나 펴기 힘들 만큼 저렸지만 임지유는 곧장 차세준을 안고 밤공기를 가르며 뛰었다. “세준아, 조금만 버텨. 금방 병원 갈 거야.” 차세준은 대답조차 못 했다. “세준아, 엄마가 꼭 데리고 나갈게.” 임지유는 차를 몰 줄 몰랐고 누구도 도와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 한밤중, 결국 문을 두드릴 곳은 가해자의 방뿐이었다. 임지유는 다시 별장 안으로 뛰어들어 2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었다. 침대 머리맡에서 차현우가 지아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의 눈이 잠깐 흔들리더니 금세 굳었다. “지아가 악몽 꿔서... 잠깐 온 거야.” 둘 사이의 분위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현우야, 병원 가야 해. 세준이 고열이야.” 그제야 차현우가 다가와 차세준의 이마를 짚자 표정이 굳었다. “차 대기시켜.” 차현우가 차세준을 안아 들려는 찰나, 지아가 훌쩍이며 끼어들었다. “이모 정말 독하시네요. 세준이 아프게 만들어서 현우 삼촌 마음 흔들리게 하려는 거죠?” 그 한마디에 차현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차세준을 다시 임지유 품에 떠맡기며 내뱉었다. “아들 내세워 내 마음 흔들 생각 마. 네가 벌인 일이면 네가 책임져. 걸어서라도 데리고 가.” “지금 그런 소리할 때가 아니야.” 임지유의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 “현우야, 이혼할게. 뭐든 내줄게. 대신 지금만은 세준이부터 병원에 데려가 줘. 고열이야. 더 못 버텨.” 차현우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그가 아는 임지유는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늘 침착하던 그 사람이 지금은 무너진 목소리로 매달리고 있었다. 차현우가 막 말을 꺼내려던 순간, 지아가 배를 움켜쥐고 울먹였다. “삼촌... 배가 너무 아파요.” 차현우는 주저 없이 손을 뻗어 지아의 평평한 아랫배를 더듬었다. “지아, 어디가 얼마나 아픈데?” 임지유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현우야, 제발 세준이부터 병원에 데려가. 부탁할게. 네가 원하는 건 뭐든 줄게. 이혼도 재산도 다 내놓을게. 난 세준이만 있으면 돼.” 차현우의 얼굴이 굳었다. “나는 절대 이혼 안 해. 넌 내 아내야. 그건 변하지 않아.” 그러고는 지아를 번쩍 안아 방을 나섰다. “지난번 사진도 네가 수습했지. 이번 일도 네가 알아서 해.” 임지유는 차세준을 안은 채 현관까지 뒤쫓아가 소리쳤다. “현우야, 제발... 세준이부터 병원에...” 하지만 돌아온 건 급가속뿐이었다. 차현우는 브레이크 한 번 밟지 않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임지유는 그 결연한 뒷모습을 보며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가 틀렸어. 세준아, 저 사람은 네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어. 내 연구도 넘겨줄 이유가 없고.’ 임지유는 곧장 전화를 집어 들고 119를 눌렀다. ‘현우야, 내가 이렇게까지 빌었는데도 세준이를 병원에 못 데려가겠다면... 오늘로 우리 끝이야.’ 이틀 뒤. 병원 복도에는 이런 말들이 흘렀다. “야, 들었어? 차 대표가 부인 때문에 병원 한 층을 통째로 빌렸다더라. 완전 애지중지래.” “그러니까. 로맨틱하다잖아. 두 사람 사랑도 십 년은 됐다더라.” “근데 지난번 그 일은 뭐였어?” “글쎄, 인터넷에서는 그 여자가 부인이 아니래. 부인이랑 닮은 가짜였다고 하던데.” “맞아. 차 대표가 부인을 그렇게 아끼는데 사람들 앞에서 그런 짓을 했겠냐? 가짜가 들이댄 거고 차 대표가 화가 나서 단속한 거라더라.” 차세준이 열이 겨우 떨어졌다. ‘이제 회사에 가야 해. 연구실... 비밀번호 감이 왔어.’ 임지유는 친구에게 차세준을 맡기고 회사로 향했다. 그런데 교차로에 진입하던 순간, 옆에서 돌진한 차량이 그대로 들이받았다. 몸이 공중에 떴다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온몸이 저리고 따뜻한 피가 서서히 번졌다. 사이렌이 가까워지고 다급한 발소리가 겹치면서 희미한 의사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차 대표님, 정말... 부인 신장 하나를 지아 양에게 이식하시겠습니까?”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