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4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울던 하민아의 입술 끝이 슬그머니 올라갔다. 금세 자신감을 되찾은 표정이었다.
'상대는 겨우 네 살짜리야. 어렵게 굴 게 뭐 있어.'
하민아는 바닥을 털고 일어나 차건우와 차동연을 서둘러 뒤따랐다.
한편, 오후 여섯 시.
하지안은 하재은의 손을 꼭 잡고 차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 퇴근 시간 정체에 걸리는 바람에 꼬박 한 시간 반은 더 달려서야 겨우 도착했다.
현관 앞에서 하지안이 몸을 낮춰 말했다.
“안에 들어가면 예의 바르게 해야 해. 뛰어다니거나 큰소리 내면 안 돼. 알겠지?”
“응, 알았어. 나 잘할 거야. 엄마 걱정하지 마.”
연회장에 들어서자 화려한 장식이 눈을 사로잡았다. 천장의 샹들리에가 반짝였고 벽면 장식은 은은하게 빛났다.
“엄마, 여기 진짜 성 같아. 너무 예쁘다!”
“마음에 들어?”
“응. 그래도 난 하나도 안 부러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엄마거든. 성이랑은 비교도 안 돼.”
“말도 예쁘게 하네.”
하지안이 딸의 코끝을 살짝 집었다. 가슴 한켠이 달큰하게 데워졌다.
하재은이 주위를 훑다 고개를 갸웃했다.
“엄마, 동연 오빠랑 그 못된 아저씨는 어디 있어?”
바로 그때, 연회장 문이 활짝 열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
검은 맞춤 정장을 입은 차건우가 곧게 서서 들어왔다. 등장만으로도 공기가 달라졌다. 그의 품에는 같은 색의 작은 정장을 입은 차동연이 안겨 있었다. 차갑고도 귀여운 표정이 묘하게 함께 떠올랐다.
뒤이어 붉은 벨벳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굽 소리가 또렷했고 구두 끝이 멈추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차건우의 팔을 끼고 바짝 기대섰다. 눈길을 끄는 얼굴과 라인이 한껏 드러났다.
그 순간 하지안의 심장이 콕 하고 찔린 듯 아려왔다. 여자의 얼굴이 또렷이 보이자 미소가 그대로 굳었다. 눈이 크게 떠지고 몸이 얼어붙었다.
하민아였다.
하지안의 숨이 목에서 걸렸다.
“엄마, 아파. 손 놔.”
옆에서 하재은이 얼굴을 찡그리자 하지안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얼른 손을 풀었다.
사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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