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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하지안은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쫓겨나든 말든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에요. 전민영 씨,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전민영은 멈칫하더니 피식 웃었다. ‘조금 있다가 차건우 대표님이 오면 너도 어쩌지 못할 거야.’ 이때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차건우가 들어왔다. 그 뒤로 회사의 고위 인사들이 따라 들어왔다. 차건우는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고소현과 하지안을 노려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가 앉은 후에야 다른 사람들도 자리에 앉았다. 회의실 분위기는 차건우가 나타난 뒤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는 표정이 어두웠고 위압감을 풍기고 있어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하지안은 고개를 들고 차건우를 쳐다보았다. 그는 편하게 의자에 기대앉아서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번 차현 그룹 프로젝트는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고작 인테리어 입찰회에 차건우가 참석할 줄 몰랐다. 하지안은 고개를 돌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 담당자는 누구예요?” “입찰 공고에 양철수 본부장이 담당자라고 썼어요.” “그런데 왜 갑자기 차건우로 바뀐 거예요?” “저 사람이 차건우인가요?” 하지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고소현은 차동연의 아빠가 차건우인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차현 그룹 대표일 줄 몰랐다. 차건우는 귓속말을 주고받는 하지안과 고소현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계속 얘기를 나눌 거면 당장 나가세요.” ‘나랑 같이 있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서 왜 고소현을 만나면 말이 많아지는 거야?’ 장내에 있는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이목이 쏠리자 하지안은 얼굴이 빨개졌고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했다. “죄송해요.” 고소현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차 대표님이 오해하신 것 같아요. 인테리어 방안을 토론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입찰회에 와서 토론한다고요? 고 사장님은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이 아닌가 봐요.” 차건우는 어두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아니면 고진 그룹은 이번 입찰회에 낙선되어도 상관없다는 건가요?” 고소현의 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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