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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다음 날. 퇴근 후 하지안은 휴게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병원으로 갔다. 중환자실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유리창 너머로 병상에 누워 호스를 가득 꽂은 고유정을 보자 그녀의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엄마, 나 건축 디자인 대회에 신청했어. 엄마가 늘 나보고 똑똑하다며 내가 디자인한 집이 예쁘다고 말했잖아. 1등 상금이 6천만 원이래. 난 반드시 최선을 다해 1등을 차지할 거야. 상금을 받으면 그때쯤 엄마도 깨어날지 모르겠네. 그럼 엄마와 아기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서 잘 살 거야. 좋지?” 하지안은 배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4, 5개월이 지나야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고 일부 임신부는 더 늦게 티가 난다고 했다. 그러니 배가 불러오기 전에 엄마가 깨어나야 차건우가 진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혼도 원만히 진행할 수 있었다. “엄마, 잠들지 말고 빨리 일어나.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다시 올게.” 하지안은 고유정을 아쉬운 눈으로 두 번 더 돌아본 후 자리를 떠났다. 다음 날 점심 식사 시간을 이용해 하지안은 개인 이력서를 작성해 인쇄했다. 임미진에게 말해놓은 뒤 그녀는 사무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장소연 씨 어디 계세요?” 남자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왼쪽 창가 두 번째 자리요.” 감사 인사를 전한 후 하지안은 그쪽으로 걸어갔다. 하지안을 등진 채 앉아있던 여자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정교하게 꾸민 손톱을 만지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하지안은 그 뒷모습이 익숙하게 느껴졌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물었다. “장소연 씨 맞으신가요? 건축 디자인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서 이력서를 제출하러 왔어요.” 여자가 고개를 들었고 얼굴을 본 순간 두 사람 모두 놀라 그래도 굳어버렸다. ‘이 여자는!’ 화장실에서 꽃무늬 드레스를 입고 자신을 비웃던 여자였다. 상대방도 알아본 것 같았다. “허, 진짜 왔네요. 고작 청소부 따위가 건축 디자인 대회에 참가하려 한다니, 꿈도 꾸지 말고 빨리 화장실 청소나 해요.” 장소연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하지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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