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하지안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충분히 즐긴 하민아는 마침내 분이 조금 풀렸다.
그녀는 입가에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너그러운 척 말했다.
“언니가 말을 안 하는 걸 보니 화가 났나 보네요. 됐어요. 의도는 좋았는데 제가 일을 망친 것 같아요. 같은 날 입사했으니 동등하게 계산하는 게 공평할 줄 알았는데 난처하게 할 줄은 몰랐어요. 처음부터 밥을 얻어먹을 생각으로 아무 준비 없이 온 것 같은데 제가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것도 안 좋아요. 다 제 잘못이죠. 여기 제가 계산할게요.”
이 말에 동료들은 하지안을 향해 이상한 시선을 보냈다. 경멸, 무시, 조롱이 담긴 눈빛이었다.
‘밥만 얻어먹으려고 했어?’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하자 하지안은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오늘 돈을 내지 않으면 그녀는 앞으로 설계부에서 버틸 수도, 고개를 들고 다닐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못해 말했다.
“됐어요. 내가 낼게요.”
하민아는 비밀번호를 입력하려던 손을 거두며 여유롭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허, 가난뱅이가 돈을 낼 수 있겠어?’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젓가락을 멈추고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시선을 한 몸에 받자 하지안은 식은땀이 흐르며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몸에 지닌 돈은 겨우 200만원인데 남은 돈은 어떻게 낸단 말인가.
하지안이 진퇴양난에 빠진 순간 갑자기 남자의 차가운 중저음 목소리가 들렸다.
“계산은 내 앞으로 해요.”
하지안의 심장이 철렁했다.
‘익숙한 이 목소리는 혹시...’
그녀가 돌아보기 전에 차건우가 이미 방 안에 나타났다.
꼿꼿하게 선 채 선이 굵은 이목구비를 자랑하며 온몸으로 싸늘하고 강력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과장은 놀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대... 대표님.”
‘대표님’ 소리에 동료들은 모두 벌떡 일어나 덜덜 떨며 머리를 숙였다.
하민아도 나지막이 말했다.
“대표님.”
그녀를 흘겨보는 차건우의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하민아의 고약한 속내는 차건우의 두 눈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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