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그러자 서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저입니다. 저한테 볼일 있으신가요?”
하지안은 품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밀며 말했다.
“회사에서 전달해달라고 해서 가져온 자료예요. 여기 두고 갈게요. 저도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치자 하지안은 서류를 문가에 내려놓고 방 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않은 채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고개도 돌리지 않고 도망치듯 달려갔다.
그 순간, 최우성의 억눌렀던 화가 다시 치밀어 올라 이를 갈며 물었다.
“저 여자가 새로 들어온 직원이야?”
서현수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차현 그룹 소속이에요. 디자인 부서에서 자료를 전달하라고 보낸 겁니다.”
최우성은 다시 물었다.
“이름이 뭐야?”
“저도 모르지만 확인해 보겠습니다.”
서현수가 급히 과장에게 카카오톡을 보냈고 곧 답장이 도착했다.
“도련님, 아까 그 여직원의 이름은 하지안입니다. 내일도 공사장에 와서 자료를 맞춰야 합니다.”
분통이 터져 어쩌지 못하던 최우성은 앙갚음할 기회를 잡은 듯 이를 갈며 말했다.
“화장실 짓는 게 벽돌 나르는 일이잖아. 내일은 저 여자한테 시켜. 벽돌 나르게 해!”
“...”
최우성의 말에 서현수는 눈을 껌벅였다.
‘화장실 건설 집착은 그렇다 쳐도... 여직원한테 벽돌을 나르라니?’
다음 날 아침.
세수를 마친 하지안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위압적인 번개를 힐끗 보았다.
그녀는 겁이 났지만 애써 담담한 척하면서 약속했다.
“오늘 밤에는 정말 큰 뼈다귀 사다 줄게. 약속해. 그러니까 날 물지 마.”
개는 시큰둥하게 그녀를 흘겨본 뒤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안은 몰래 도둑처럼 집을 빠져나와 공사장으로 향하면서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제발 어제 그 미친 남자만은 다시 마주치지 않게 해 주세요.’
하늘도 도왔는지 현장에 도착하자 하지안은 다행히 그를 보지 못했다.
서현수와 자료 대조를 마친 뒤, 하지안은 물건을 챙기고 떠나려 했다.
그런데 서현수가 하지안을 불러 세웠다.
“하지안 씨, 앞으로 며칠은 회사에 복귀 안 해도 돼요. 이미 과장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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