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하지안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간신히 붙잡은 삶의 끈이었다. 그런 직장을 잃는다면 어머니의 치료비는 물론 뱃속 아기까지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없었다. 하지안에게 있어서 이 일은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그런데 차건우는 지금 그녀의 날개를 꺾고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입 다물어. 다시 나를 화나게 했다간 그 뒷감당은 네가 할 수 없을 거야.” 냉정하고 무자비한 얼굴을 마주하자 하지안은 눈에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분노와 절망이 뒤섞여 온몸이 떨렸다. 차건우는 차갑게 하지안을 흘깃 보고는 문을 세게 닫고 나가 버리자 하지안은 힘이 빠져 그대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고 온몸을 웅크린 채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싸안고 얼굴을 파묻었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는 쓰라린 슬픔이 가득했다. 평소라면 날카롭게 이를 드러내던 번개마저 오늘만큼은 조용히 그녀 곁에 파묻혀 있었다. 술집. 차건우는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불현듯 떠오른 건, 아까 집을 나설 때 하지안이 눈물을 꾹 참고 자신을 노려보던 그 표정이었다. 한민호가 잔을 들고 다가와 능청스럽게 웃었다. “형, 술은 이미 제가 따랐으니 형은 저한테 할 말을 하면 돼요.” “꺼져.” 차건우의 목소리는 싸늘했고 남강우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또 작은 형수님이랑 싸운 거야?” “그 이름 꺼내지도 마라. 짜증 나니까.” 차건우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다. “확실하네요. 딱 봐도 부부싸움이죠. 감정에 사로잡힌 남자는 답이 없다더니... 아무리 대단한 건우 형이라도 한마디로 처참한 신세가 됐네요.” 한민호가 히죽거리며 말하자 차건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냉소했다. “어찌 됐든 걔는 가짜야. 그러니 날 화나게 할 자격도 없지.” 하지만 남강우는 태연히 되받았다. “자격 없다면서 왜 혼자 열불을 내는데? 그건 이미 마음이 간 거야. 아니면 적어도 호감은 있다는 뜻이야. 어쩌면 네가 이미 작은 형수님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닐까?” 차건우의 얼굴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세상 여자들이 다 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