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하지안은 차건우가 은근히 자신을 겨냥해 말한다는 걸 알았지만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오늘은 추석이었고 온 가족이 모여 즐기는 날이었기에 굳이 밥상머리에서 불편한 기운을 만들어 어르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하지안은 못 들은 척 조용히 밥만 먹었다. 하지만 차준혁은 그런 하지안의 모습이 못마땅했다. “걱정하지 마라. 지안이가 너보다 훨씬 더 철이 들었어.” 그 말에 차건우는 비웃듯 코웃음을 짓더니 더는 말하지 않았고 순간 식탁은 고요해졌고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졌다. 차준혁은 차건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혼자만 처먹지 말고 지안한테 반찬이라도 좀 챙겨줘.” 하지만 차건우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고 화가 난 차준혁은 식탁 밑으로 그의 다리를 발로 콱 찼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라? 추석 같은 날까지 나를 성가시게 할 셈이냐?” 차건우는 얼굴을 굳히며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억지로 젓가락을 들어 하지안의 그릇에 미나리를 집어넣었다. 하지안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고 차준혁은 흡족한 듯 미소 지으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늘 난화 리조트에서 온천 이용권을 보내왔어. 저녁 먹고 너는 지안이를 데리고 가서 온천 좀 하고 와라.” “싫어요.” 차건우는 단호히 잘라 말했고 바로 그때, 그의 주머니 속에서 전화가 울렸다. 차건우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화면을 확인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추석에 얼굴도 안 내밀더니 전화할 낯짝은 있나 보네.” 그러자 전화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급한 일이 생겨서 말이야. 잔소리 말고 차라리 사람 보내서 강남구 새로 착공한 공사 현장 좀 제대로 관리해. 도대체 어떤 형편없는 공사장이면 삼각대가 넘어가 여직원을 깔아뭉갤 뻔하는 거야? 이름이 뭐더라... 그 지... 안이라는 여직원 말이야.” 그럴자 차건우는 눈빛이 순간 흔들렸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전화를 끊은 뒤, 그는 일부러 사진을 열어 다시 확대했고 그제야 하지안 얼굴에 가득한 공포가 또렷이 보였다. ‘지안이가 정말 거짓말한 게 아니였어...’ 차건우는 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