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최우성은 강압적인 태도로 말했다.
“뭐야 이게? 지금 나더러 패스트푸드를 먹으라고 하는 거야? 생각이 있기는 한 거야?”
“제가 돈이 없어요. 비록 도시락이긴 하지만 제일 비싼 걸로 샀어요. 고기반찬 3개에 채소 반찬 한 개 있어요.”
하지안은 돈이 없어 비싼 음식을 살 수 없었기에 최우성의 불평에도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200만 원은 어머니 병원비로 남겨둬야 했다.
아침에 최우성이 점심을 사 오라고 하지만 않았다면 공사장 무료 급식을 먹었을 것이고 당연히 도시락도 사지 않았을 것이다.
‘돈 없다’는 말을 이렇게 당당하게 하는 사람은 처음 본 최우성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안은 최우성의 반응을 무시한 채 고기반찬 1개, 채소 반찬 1개인 도시락을 집어 들어 막걸리 한 모금과 함께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가지볶음과 청경채 고기볶음이 밥맛을 돋우었다.
최우성은 전혀 배고프지 않았지만 하지안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어느새 입맛이 돌았다.
깁스를 한 건 왼손이라 식사에는 지장이 없었다.
몇 입 먹던 중 의외로 괜찮은 맛에 눈썹을 치켜올린 최우성은 하지안의 도시락이 이미 바닥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왜 이렇게 빨리 먹어? 너 여자 맞아?”
하지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
“오전 내내 벽돌 나르면 나처럼 먹을 수밖에 없어요.”
최우성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이 여자가 본인한테 너무 심하게 굴지 말라고 암시하는 건가? 아니면 은근히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걸까?’
“그런데 너 차현 그룹 디자이너라고 했지?”
고개를 끄덕인 하지안은 도시락 컵과 쓰레기를 정리했다.
“오후부터는 벽돌 나르는 거 그만해. 디자이너라고 하니까 화장실을 디자인해 줘.”
하지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대체 화장실과 무슨 악연이 있는 걸까? 벽돌로 화장실을 짓게 하더니 이제는 디자인을 하라고 한다. 정신이 나간 게 분명해!’
“저도 본업이 있어서요. 화장실 설계도가 필요하면 퇴근 후에 도와드릴게요.”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