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긴 벤치에 앉은 하지안은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았다.
만날 수는 없었지만 이곳에서 어머니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오후 여섯 시. 하지안이 병원에서 나와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차량이 멈춰섰다.
하지안이 나타나자마자 허민수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시동을 건 허민수가 천천히 다가가 시기를 노렸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그래서 하지안은 지하철을 타려고 걸음을 옮겼다.
길을 건너가던 때, 차 한 대가 미친 듯이 속력을 높여 하지안을 향해 달려왔다.
하지안은 놀라서 얼른 신호등 뒤로 숨어버렸다.
하지만 차는 고집스럽게 그런 하지안을 따라붙었고 결국 하지안은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이마에는 온통 피였다.
머리가 어지러워진 하지안이 겨우 눈을 뜨고 차량 내부를 쳐다보았다.
이윽고 머릿속이 새하얘지더니 의식이 흐려졌다. 결국 하지안은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이때 주변의 사람들이 하지안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차 안의 허민수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이제 40억이 들어올 거야!’
전화를 받은 하민아는 그 소식을 듣고 백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이 년이 드디어 죽었어!’
이제 차씨 가문 사모님 자리는 하민아의 것이다.
옆에 있는 서혜민은 마스크팩을 붙인 채 물었다.
“누구 전화인데 그렇게 기뻐해?”
하민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당연히 좋은 소식이니까 기뻐하는 거죠.”
“무슨 일인데.”
서혜민의 질문에 하민아는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고 대답했다.
“난 곧 차건우와 결혼할 거예요.”
그 말을 들은 서혜민도 놀라서 물었다.
“차건우의 전화야?”
하민아가 대답했다.
“너무 많이 묻지 마요. 엄마는 곧 차씨 가문 안주인의 어머니가 되는 거니까, 기대해요.”
약간 짜증스러워하는 하민아를 보면서 서혜민은 더 묻지 않고 조심스레 얘기했다.
“기분이 좋은 걸 보니 쇼핑하러 가자. 축하해야지.”
축하?
하지안의 기일이라면 축하할 만도 했다.
모녀는 손을 잡은 채 기쁜 마음으로 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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