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정말이요?”
“네. 오후 교수님 회진 때 모두 확인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기셨고 내일 오시면 30분 동안 면회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안은 마음속 억눌렀던 울분을 터뜨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울먹이면서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엄마가 절 아끼고 저를 버려두고 떠나지 못하실 줄 알았어요. 너무 잘됐어요. 드디어 깨어나시는군요...”
그 말을 들은 하민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변했다.
‘뭐? 고유정 그 사람이 깨어난다고? 왜 하지안은 운이 좋아서 좋은 일은 모두 독차지하는 거야. 엉겁결에 차 도련님과 함께한 것뿐만 아니라 결혼까지 하고 이제 중병에 걸린 고유정마저 위기를 벗어나다니. 그놈의 망할 은혜 때문에 내가 진작 차 도련님과 결혼했더라면 이렇게 엉망이 되지 않았을 텐데…’
그녀의 눈에는 서서히 독기가 스며들었다.
한편 방으로 돌아온 하지안은 기쁨과 흥분 속에 잠겨 있었다. 이렇게 행복한 적은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침대에 앉아 울다가 웃다가 하던 그녀는 우연히 소파에 앉아 있는 차건우를 발견하고서야 그가 아직 떠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하지안은 재빨리 미소를 거두고 감정을 추슬렀다.
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건우는 그녀의 촉촉하고 빛나는 눈을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차갑고 고고한 기운은 덜하고 밝고 활기찬 기운이 더해져 있었다.
갑자기 하지안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며 침묵이 깼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조금 어색해했다.
차건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얇은 입술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러자 고민석이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
남에게 신세를 지면 약점이 잡히는 법, 하지안은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그가 자신을 구해주기까지 했음을 떠올리며 이 순간에는 화를 낼 수 없었다.
“찾으러 와 주시고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디어 제대로 된 말을 하는군.’
차건우는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답했다.
“워크숍이 끝나면 잊지 말고 집에 돌아가. 할아버지께서 널 보고 싶어 하셔.”
하지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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