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저 셔츠는 누구 거였을까? 룸메이트? 아니면... 다른 남자? 설마 민아가 다른 남자랑 같이 사는 건가?’
그 생각이 독사처럼 서윤성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성이 한순간에 타들어 갔다. 질투의 불길이 눈까지 붉게 달궜고, 서윤성은 당장이라도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 문을 박살 내고 확인해 보고 싶었다.
‘대체 어떤 남자가 그렇게 쉽게 민아의 삶 안으로 들어온 거야?’
서윤성은 주먹을 죽어라 움켜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어 날카로운 통증이 번져야, 그 파괴적인 충동을 겨우 눌러 삼킬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더 잔인한 자각이 서윤성을 갈라놓았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러는 거야.’
조민아를 가장 깊게 상처 내고, 조민아에게 가장 혐오받는 전남편이 무슨 자격으로 조민아의 삶을 캐물을 수 있단 말인가.
그 깨달음이 가져온 무력감과 고통이 서윤성을 거의 찢어 놓을 것 같았다.
그래도 서윤성은 포기하지 못했다.
서윤성은 조민아가 친구들과 자주 모인다는 중화요리 식당을 알아냈다. 서윤성은 먼저 그곳에 가서 눈에 띄지 않는 구석 자리에 앉았다. 차를 한 주전자 시켜 놓고도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채, 시선을 문 쪽에 꽂아 두었다.
마침내 조민아가 몇몇 친구들과 웃으며 들어왔다.
오늘 조민아는 연노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피부는 눈처럼 환했고, 웃음은 눈부셨다. 어둑한 식당 안이 조민아 때문에 환해지는 것만 같았다.
서윤성의 심장이 순간 덜컥 내려앉았다. 서윤성은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나, 조민아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런데 조민아의 시선이 무심히 훑어가다가, 서윤성의 뜨겁고 복잡한 눈빛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조민아의 얼굴에서 웃음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리고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남은 건 노골적인 불쾌감과 차가운 냉기였다.
조민아는 망설이지도 않았다. 곁에 있던 친구들에게 무슨 말인가 짧게 던지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 버렸다.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민아야!”
서윤성은 더는 따질 새도 없이 뛰쳐나갔다.
밖에는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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