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서윤성은 끝내 용기를 냈다. 그 창을 향해, 목이 쉰 채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
“민아야... 창문 좀 열어 줘. 내 말 한마디만 듣자. 딱 한 마디만. 나랑 돌아가자. 우리 다시 시작하자. 계급도, 자리도, 앞날도... 다 버릴게. 난 너만 있으면 돼.”
비내리는 고요한 밤이라서인지, 서윤성의 목소리는 더 또렷하게 울렸다. 그리고 그만큼 더 처절하게 낮아졌다. 서윤성은 한 남자가 내려놓을 수 있는 자존심을 거의 전부 내려놓고 있었다.
하지만 위층 창문은 미동도 없었다.
따뜻한 주황빛 조명은 여전히 켜져 있었지만, 서윤성이 서 있는 아래의 차가운 어둠을 밝혀 주지는 못했다.
잠시 뒤, 창문이 안에서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닫혔다. 이어서 두꺼운 커튼이 끌려 내려왔다. 서윤성의 시야도, 서윤성이 붙잡고 있던 마지막 희망도, 그 순간 완전히 끊겼다.
서윤성은 비에 흠뻑 젖은 절망의 조각상처럼, 아파트 아래에 멈춰 서서 고개를 든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빗물이 시야를 흐렸고, 이제는 닿을 수조차 없는 그 창도 흐릿하게 번졌다.
서윤성은 그렇게 타국에서 비를 맞으며 꼬박 밤을 새웠다.
하늘이 희끗해질 무렵, 사절단 차량이 서윤성을 태우러 왔다. 경호병이 반쯤 부축하고 반쯤 안다시피 해서 서윤성을 차에 밀어 넣었다. 서윤성은 말 그대로 혼이 빠진 사람처럼, 몸만 움직였다.
귀국한 뒤의 서윤성은 완전히 두 얼굴이 됐다. 겉으로는 차갑고 냉정한 일의 기계였고, 혼자 있을 때는 끝까지 미쳐 버린 짐승이었다.
서윤성은 군무를 처리할 때 이전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 효율적으로 굴었다. 사람 정을 모조리 걷어낸 듯했고, 지독할 만큼 높은 강도로 일을 몰아붙이며 자신을 마비시켰다.
하지만 혼자 남는 순간, 술이 서윤성의 유일한 위안이 됐다.
서윤성이 머무는 저택의 술장이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비어 갔다가, 다시 채워졌다. 비고, 채우고, 또 비고, 또 채우는 일이 끝없이 반복됐다.
서윤성이 조민아를 감시하던 정보망은 더 촘촘해졌고 더 날카로워졌다. 조민아의 해외 근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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