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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조민아의 한 마디는 칼로 잘라 낸 듯 단호했고, 물러설 틈은 한 치도 없었다. 차 안은 다시 숨 막히는 정적에 잠겼다. 낮게 울리는 엔진 소리만 묵직하게 깔렸다. 서윤성의 턱 근육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눈동자 깊숙이 남아 있던 마지막 희미한 빛마저 완전히 꺼져 버리고, 끝을 알 수 없는 어둠만 가라앉았다. 익숙한 그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듯했다. 조민아가 좋아하던 소품들, 조민아가 쓰던 물건들, 조민아가 키우던 작은 화분들까지도 누군가 정성껏 돌보고 있었다. 마치 예전 그대로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예전보다 더 사치스럽고, 더 정교했다. 누군가 일부러 공들여 만든, 번쩍이는 새장 같았다. 서윤성은 조민아를 정말로 가둬 버렸다.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이름을 내세워 전담 인원을 붙였다. 24시간 조민아의 일상을 돌본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상은 한 발짝도 떼지 않는 감시였다. 조민아는 마음대로 밖에 나갈 수 없었고 연락 수단도 전부 빼앗겼다. 조민아는 바깥 세상과 완전히 끊겼다. 하지만 조민아는 울지도, 난리를 치지도 않았고 지나치게 차분하게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정원을 거닐었다. 가끔은 붓을 들어 이젤 앞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했다. 조민아는 서윤성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 버렸다. 서윤성이 집에 있든 없든, 서윤성이 무엇을 말하든 조민아는 서윤성을 공기처럼, 투명한 것처럼,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대했다. 조민아의 시선이 서윤성을 스쳐 갈 때는 어떤 감정도 흔들리지 않았다. 가구나 벽을 스치듯 무심했다. 그 철저한 무시는 분노도 욕설도 격렬한 저항도 아닌 방식으로 서윤성을 무너뜨렸다. 미움이라도 있으면 아직 감정이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무시는 달랐다. 조민아는 서윤성에게 미움조차 아깝다는 듯했다. 서윤성은 조민아의 마음에서 이미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밤이면 서윤성은 늦게 들어오는 날이 잦았다. 몸에는 짙은 술 냄새가 배어 있었다. 서윤성이 침실 문을 열면, 창밖에서 스며든 희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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