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서윤성은 조민아의 눈에 담긴, 의심의 여지조차 없는 결연함을 마주하자 줄곧 팽팽하게 버티던 신경이 끝내 끊어졌다.
거대한 공포와 절망이 한순간에 서윤성을 집어삼켰다.
서윤성은 조민아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조민아가 버둥거리며 욕을 퍼부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민아를 억지로 저택 옥상으로 끌고 올라갔다.
석양의 잔빛이 하늘을 처연한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서윤성은 조민아를 옥상 난간 끝까지 몰아세웠다. 얇은 난간 밖은 몇 층 아래로 뚝 떨어지는 허공이었다.
서윤성은 조민아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 눈은 피가 맺힐 듯 새빨갰고, 목소리는 극한의 고통과 광기에 떨려 갈라졌다. 협박처럼 들렸지만, 그 안에는 절박한 절망이 섞여 있었다.
“민아야! 네가 정말 가겠다고 하면... 네가 정말 나를 떠나면...”
서윤성은 아래를 가리켰고 눈빛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 여기서 뛰어내릴 거야! 내가 죽으면... 네가 속이 좀 풀리고... 네가 좀 편해질 것 같으면... 지금 당장 뛰어내릴게. 내가 못 할 줄 알아?”
조민아는 난간 끝에 붙잡힌 채 반쯤 허공에 걸린 상태였다. 거센 바람이 조민아의 긴 머리칼을 마구 흩트렸다.
조민아는 눈앞에서 완전히 무너져 미쳐버린 듯한 서윤성을 바라봤다. 그 눈 속의 막무가내 같은 광기와, 뼛속까지 드러난 고통을 보자 심장이 차가운 손에 세게 움켜쥐인 것처럼 죄어 왔다.
조민아는 그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하지만 곧 더 깊은 증오와 냉기가 조민아의 안을 천천히 덮어 갔다.
조민아는 더는 몸부림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들고, 극도로 평온한 눈빛으로 서윤성을 바라봤다. 그런 평온한 눈빛은 어떤 비명이나 욕설보다도 더 서늘했다.
조민아는 입술을 열어 한 글자씩 또렷하게 물었다.
“서윤성, 협박하고 강요하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뭐야? 네가 이러면 내가 마음이 약해질 줄 알아?”
조민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뛰어내려. 네가 죽으면, 나는 폭죽을 터뜨리며 축하할 거야. 내가 드디어...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옥상 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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