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화
문가영이 막아 나서기도 전에 진수빈이 액자를 들었다.
그리고 그 못생긴 곰인형 탈을 보고는 미간을 약간 좁혔다.
이 곰은 본 적이 있는 곰이다.
열여섯 살 생일이자 그 여자의 기일.
그날 진수빈은 기분이 좋지 않아서 길가에서 멍을 때리고 있었다.
햇빛이 쨍쨍한 날이었기에 진수빈은 그곳에 앉아 있으면서 햇빛이 이 모든 음울한 생각을 날려주길 바랐다.
그러다가 못생긴 곰인형 탈이 다가와 진수빈의 앞을 가로막았다.
못생기고 엄청 큰 그 곰은 진수빈에게 그림자를 만들어주었다.
진수빈을 걱정하듯, 곰은 진수빈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그곳에 서 있었다.
진수빈은 인형탈 안의 사람이 더위를 먹고 쓰러지지 않을지 걱정되어 편의점에서 얼른 시원한 물을 사 왔다. 하지만 돌아왔을 때 그 곰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진수빈은 액자를 보면서 얘기했다.
“난 이 곰을 본 적 있어. 하지만 너한테 왜 이 사진이...”
진수빈은 뒤에 있는 그 작은 사람이 본인이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것을 안 문가영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돌렸다.
전에 한 일을 생각하면 정말 멍청했다. 그래서 진수빈이 몰랐으면 했다.
“제가 본 가장 못생긴 곰이라서 특별히 기념해 둔 거예요.”
진수빈은 다시 액자를 돌려놓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렇게 못생긴 것도 아닌데.”
문가영이 물었다.
“그래요?”
밖에서는 비가 여전히 세게 내렸다. 빗줄기가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타닥타닥 들려올 정도였다.
진수빈은 문가영의 옆태를 보면서 핸드폰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네가 나한테 전화했을 때 마침 병원이어서 받지 못했어. 카카오톡도 볼 수 없었고.”
문가영은 그저 흠칫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진수빈이 이어서 얘기했다.
“여민지의 환자한테 문제가 생겨서 내가 대신 처리했어.”
“알아요.”
문가영은 의자 위로 두 다리를 올리고 무릎을 안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전에 얘기했었어요. 직업 특성상 모든 시간을 나한테 쓸 수는 없다고 말이에요.”
문가영은 알고 있었다. 다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 이해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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