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화
진수빈은 서재에 가는 대신 샤워를 먼저 하러 갔다.
그의 결벽증은 후천적인 심리적 요인이었다.
정신과 의사는 닫힌 마음을 열지 않으면 극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가영도 예상치 못한 일이라 아픈 배를 감싼 채 시트를 전부 바꾸고 정성스레 빨래까지 한 다음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오후에 마신 두 잔의 쥬스 때문인지 배가 여전히 아파서 결국 그녀는 일어나 따뜻한 차를 마시려 했다.
그때 갑자기 서재 문이 열리며 연한 회색 잠옷을 입은 진수빈이 나와서 시선을 내린 채 문가영을 덤덤하게 바라보았다.
통증 때문에 문가영은 여전히 안색이 좋지 않았고 입술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자신이 시끄럽게 굴었다는 생각에 진수빈을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조용히 할게요.”
깊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던 진수빈의 잘생긴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문가영에게 물었다.
“병원에 가봐야 해?”
의사인 그는 생리통을 단순히 참고 넘길 일로 생각하지 않았다.
문가영은 자신을 걱정하는 진수빈의 말에 긴장했던 몸이 조금 풀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요. 많이 나아졌어요.”
진수빈도 강요하지 않았다.
“힘들면 나한테 얘기해.”
문가영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진수빈이 덧붙였다.
“내일 사람 불러서 침대 바꿀 거야. 당분간 다른 방에서 자.”
문가영은 순간 그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해 멈칫했다.
진수빈은 그녀의 멍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할 말을 찾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물건에 예민한 거 알잖아. 며칠 혼자 지내.”
결국엔 문가영이 새로 바꾼 그의 침대를 건드리는 게 싫다는 뜻이었다. 아니면 문가영이 또다시 그의 물건을 더럽힐까 봐 걱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문가영의 표정은 다소 굳어지고 찻잔을 든 손이 움찔하며 진수빈에게 물었다.
“내가 침대 더럽혀서 그래요?”
평온한 진수빈의 말투를 들어보면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생리할 땐 당연한 현상이야. 네가 뭘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 알겠다. 이해는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그리고...”
진수빈은 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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