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3화

진수빈의 말투는 마치 단순한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차분하고 담담했다. 마침 가로등 아래 서 있는 문가영의 하얀 피부는 투명하고 아름다웠으며 그 물기 어린 눈동자는 조명에 의해 더욱 빛났다. 진수빈은 그녀를 바라보다 문득 문가영이 자신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 거리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입꼬리가 눈에 띄지 않게 움찔하며 그가 말하려던 찰나 또 다른 차량이 다가와 멈춰 섰다. 문지성이었다. 그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창문만 내린 채 무표정한 얼굴로 진수빈을 바라보았다. “길 막고 있는데.” 말을 마친 그는 다시 문가영을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차에 타.” 문가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수빈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데려다줄게요.” 예기치 않게 불쑥 튀어나온 말이라 진수빈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말을 뱉은 뒤였다. 그의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 진수빈이 이렇듯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이미 말을 뱉었으니 되돌릴 수는 없었다. 시선을 돌려 문가영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 짜증이 담겼다. 평소엔 그녀가 데려다 달라고 매달리더니 이젠 먼저 데려다주겠다고 해도 거절한다. 진수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 둘이 이런 사이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똑똑하다면 지금 누굴 선택해야 하는지 알 거야.” 문지성은 문가영에게 위험한 사람이었고 진수빈도 이를 경고하는 것이었다. 문지성은 피식 웃으며 조롱하듯 말했다. “진 선생님은 참 대단하신 의사예요.” 문가영도 진수빈의 말 속에 담긴 오만함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주먹을 말아쥐었다. 진수빈은 늘 이랬다. 기분이 좋거나 여유가 생기면 그제야 은혜를 베풀 듯 그녀에게 잘해준다. 그리고 그녀는 그 ‘은혜’에 늘 감지덕지해야 하는 처지였다. 문가영은 고개를 흔들며 나지막이 말했다. “됐어요.” 말을 마친 문가영이 몸을 돌려 문지성의 차로 다가갔다. 차 문을 열면서 슬쩍 진수빈을 돌아보던 그녀는 해명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입을 열었다. “나랑 문지성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