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화
“의료계에 있는 여자애들 대부분은 손서희를 롤모델로 삼는다더라.”
임슬기와 진수빈은 사실 별로 잡담을 나눌 사이가 아니었지만 전화를 끊기 전 임슬기는 결국 참지 못하고 한 마디 더 물었다.
“올해 생일에도 그 여자 무덤에 가서 같이 보낼 거야?”
진수빈은 아무런 답도 없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
임슬기 입에서 나온 그 여자는 바로 진수빈의 친어머니였다.
...
문가영은 처음으로 회사에 출근하는 날이었다.
그녀가 이전까지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업계였기에 자연스럽게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양민경이 그녀를 사무실까지 안내하면서 웃으며 말했다.
“가영 씨, 여기가 가영 씨 자리예요. 혹시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 주세요.”
문가영은 사무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깔끔하고 단정하게 꾸며져 있어 딱히 불만은 없었지만 단 하나의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민망하게 양 비서에게 물었다.
“혹시 문 대표님께서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게 있나요?”
문지성은 단지 그녀에게 노블에서 자선 관련 업무를 맡으라고 했을 뿐 구체적인 업무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사무실 안이 휑한 걸 보니 문가영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양민경이 그녀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문 대표님께서 직속 상사가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여쭤보라고 하셨고요.”
문가영은 감사 인사를 하고 문지성을 찾아갔다.
그는 누군가와 화상 회의 중이었는데 그녀가 들어서자 손짓으로 잠깐 기다리라는 표시를 했다.
문가영이 이렇게 진지하게 일하는 문지성의 모습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유창한 스페인어는 발음도 완벽했다.
그는 통유리창 앞에 서서 마치 교만한 왕이 자신의 영토를 내려다보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문가영은 자신이 노블에서 뭘 할 수 있을지 아무것도 몰라서 민폐만 끼치는 건 아닌지 걱정하며 괜히 주눅이 들었다.
심지어 노블에 오겠다고 한 결정을 후회하기까지 했다.
문지성이 전화를 끊고 돌아섰을 때 문가영은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었는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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