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3화
심지어 그가 문가영의 약혼자라는 핑계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예전이었다면 방을 바꾸는 일 따위는 어리석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똑같이 어리석은 짓임을 알면서도 문가영 옆방으로 방을 옮겼다는 사실에 괜히 마음이 들떴다.
그 감정은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했다.
문가영을 만나고 나서부터 자주 느끼던 감정이라 익숙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마음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오직 문가영뿐이라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졌다.
방우지는 예전부터 그를 감정 없는 기계 같다고 말하곤 했다.
진수빈도 그 말을 여러 번 되새겨 보았다.
그에게 감정은 그저 힘만 빼는 쓸모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다시 문가영의 얼굴로 향했다.
등불 아래 반짝이는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던 순간, 진수빈은 그동안 굳게 지켜왔던 마음이 조금씩 무너지는 걸 느꼈다.
진수빈의 목에 힘이 살짝 들어갔다.
그는 조용히 몸을 숙여 문가영의 눈가에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영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헌신하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건 그 사람이 특별했기 때문이었다.
...
문가영은 진수빈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물론 진수빈 때문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다.
피곤했던 문가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잠들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진수빈은 밤새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
새벽 두 시, 그는 결국 방우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연애 지식을 주워 온 건지 궁금했다.
방우지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곧바로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한꺼번에 보내줬다.
...
이번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바로 둘째 날에 진행될 서바이벌 게임이었다.
직원들이 투표로 직접 고른, 가장 해보고 싶은 게임이었다.
문가영은 이런 게임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며 흥미를 보였다.
유정원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누나, 저만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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