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임지아가 낮고 쉰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문소운 씨의 딸이라면서요. 문소운 씨는 위선적인 사람이었는데 그의 딸은 과연 얼마나 나을까요?” 단 한 마디였지만 임지아는 이 말을 내뱉는 것만으로도 온 힘을 다 쓴 것 같았다. 그리고 점점 더 약해지는 목소리로 이어갔다. “당신의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그냥 누가 시켰는지만 말해주세요. 우리 회사 경쟁사예요, 아니면 우리 회사 안의 누군가요? 말만 해준다면, 책임을 묻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돈도 줄게요. 당신이 이런 일을 한 목적이 돈 아니에요? 1억 원이면 될까요, 2억 원이면 될까요? 말만 해주면 줄게요.” 임지아는 문가영을 계속 의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문가영이 범인이라고 이미 확신한 듯했다. 문가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임지아와 시선을 맞추며 다시 한번 진지하게 설명했다. “임지아 씨, 제게 돈을 얼마나 주든지 제 대답은 같아요. 정말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임지아 씨의 상황을 저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계속 저를 억울하게 몰아세우시는 건 옳지 않아요. 지금까지 저를 범인이라고 증명할 만한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셨는데 저만 계속 제 결백을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문가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임지아가 덮어씌운 누명은 벗기가 너무 어려웠다. 임지아는 문가영을 응시하며,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금방 다시 굳은 표정을 지었다. “당신 말고는 의심되는 사람이 없어요.” 문가영은 천천히 일어섰다. 임지아와 말할 때 내내 쪼그려 앉아있었던 탓에 다리가 저렸다. “임지아 씨, 병실로 모셔다드릴게요.” 문가영은 지금 이렇게 있어도 진범을 찾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되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임지아를 병실로 데려다준 문가영은 돌아서자마자 진수빈과 마주쳤다. 아마도 임지아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모양이었다. 진수빈은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임지아 씨와 잠깐 얘기를 나눴고 병실까지 모셔 드렸어요.” 문가영이 말을 덧붙였다. “회의실에서 얘기했어요. 거기엔 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