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3화
여민지의 목소리는 가볍게 흘러나왔다.
그 말을 들은 문가영은 순간 얼어붙었다.
진수빈이 오늘 병원에 없었던 게 혹시 무슨 이유가 있는 건 아닐지 생각했었다.
조 원장님은 아직 위독한 상태였으니.
하지만 그도 잠시, 문가영은 갑자기 들려온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려봤다.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직원이 찾아온 것이었다.
그 사람은 여민지에게 다가와 말했다.
“여민지 씨, 여기 주택 계약서에 관한 서류 하나 더 있어요. 사인해 주세요.”
‘주택 계약서’라는 말에 문가영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분명 이 집은 진수빈 이름으로 돼 있는데 왜 계약서에 여민지의 사인이 필요한 걸까?
머릿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뒤섞이며 마음이 답답해졌다.
그걸 알아챈 여민지는 건네받은 서류에 사인하고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수빈 씨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런데 가영 씨가 마침 이렇게 찾아왔으니까 솔직하게 얘기할게. 가영 씨, 수빈 씨가 책임감 강하고 환자한테도 잘해주니까 일부러 조 원장님을 수빈 씨에게 맡긴 거 맞지?”
조 원장님의 이야기가 갑자기 나오자 문가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더니 진수빈의 이상한 행동들이 머릿속을 스치기 시작했다.
여민지의 말이 맞았다.
진수빈은 평소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성격이었지만 유독 조 원장님의 일에서는 계속 회피했고, 심지어 주치의를 바꾸기까지 했다.
마음속에 뭔가 찝찝한 생각이 스며들면서 문가영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여민지가 다시 한마디 던졌다.
“수빈 씨 좀 놓아줘. 사실 수빈 씨는 가영 씨랑 엮이는 걸 엄청 부담스러워해. 아니면 왜 수술도 직접 하려 하지 않았겠어? 그냥 가영 씨가 귀찮은 거라고.”
아파트를 떠난 뒤에도 그 말은 문가영의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가영 씨, 수빈 씨한테 이제 그만 귀찮게 굴어요.”
...
문가영은 어떻게 병원에 돌아왔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조 원장님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진수빈이었다.
그가 이 분야에서 권위자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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