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4화
문가영은 마음이 뒤숭숭해 발걸음도 빨라졌다.
여민지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
진수빈이 문가영을 옆으로 끌어당기며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몇 번이나 불렀는데 대답이 없더라.”
문가영은 그의 손을 힘주어 뿌리쳤다.
그리고 고개를 들더니 붉어진 눈가로 진수빈을 바라봤다.
“수빈 씨,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요?”
진수빈의 얼굴에는 깊은 생각과 무거운 마음이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널 속인 적 없어.”
“그럼 왜 조 원장님 수술을 다른 선생님에게 맡긴 거죠?”
문가영은 조 원장님의 치료를 꼭 진수빈에게 맡기려는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진수빈이 거절했다면 바로 다른 의사를 찾았을 것이다.
약속하고서도 책임지지 않는 그의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조 원장님의 상태가 얼마나 위중한지 진수빈은 모를 리 없었지만 이 모든 일을 가볍게 웃어넘기는 모습을 보고도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문가영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설명을 기다렸지만 진수빈은 말없이 그녀만 바라볼 뿐이었다.
손을 다쳤다고, 메스를 더 이상 쥘 수 없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가 평생 해오리라 믿었던 일을 이렇게 갑작스럽게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진수빈은 아직 자신이 더 이상 의사로서 일할 수 없다는 현실을 마음 편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붉어진 문가영의 눈을 바라보며 그는 천천히, 그리고 또렷하게 말했다.
“나, 병원 그만뒀어.”
그 한마디가 문가영에게는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전혀 번지지 않았다.
그녀는 진수빈을 바라보며 고개를 젓더니 그의 손을 뿌리치고는 뒤로 물러섰다.
“수빈 씨, 정말 이기적이네요.”
그가 병원을 떠난다는 이유만으로 조 원장님의 상태가 어떻든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문가영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녀는 당장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는 진수빈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진수빈은 팔을 뻗어 그녀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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