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6화
문가영은 진수빈을 따라 병실로 들어섰다.
진수빈은 쓰레기통 속에서 아주 작은 약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안에는 액체가 조금 남아 있었다.
원래라면 이미 치워져야 했지만 함영희가 눈치채고는 일부러 남겨둔 것이었다.
함영희 말대로 조 원장님은 오후까지만 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저녁 식사 후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고 나타난 증상도 예전과는 전혀 달랐다.
그래서 함영희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김우정더러 병실 문을 잠그게 한 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지금까지 문가영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조 원장님 걱정으로 이미 마음이 무너져 있는 문가영에게 더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진수빈에게만 조용히 전했다.
문가영은 진수빈이 손에 든 작은 약병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어서 진수빈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포도당이 식염수로 바뀌어 있었어.”
전직 간호사였던 문가영은 약물의 차이를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약병을 받아 들더니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한참이나 침묵을 지키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그 사람들 정말 악질이네요.”
사실 약 하나를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병동에서 환자 손에 약이 들어가기까지 누군가의 눈을 피해 갈 틈이 거의 없다.
애초에 준비 단계부터 손을 썼다는 얘기다.
게다가 조 원장님을 맡은 건 함영희와 수간호사였다.
문가영은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복도를 가득 메운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여전히 들려왔다.
조 원장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지만 문가영은 그 눈빛 속에 담긴 깊은 걱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끝내 아이들을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떠난 것이었다.
깊은 새벽, 바깥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
그 어둠 속에서 문가영의 마음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차갑고 깊은 물밑으로 끝없이 내려가듯 숨이 막혔고 뼛속까지 저릿한 통증이 번졌다.
수없이 몰아치는 절망과 분노가 그녀를 쓰러뜨리려 했지만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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