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8화

그녀는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그날 여민지가 갑자기 찾아와 약을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유정옥은 울먹이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문가영에게 용서해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문가영은 고개를 저었다. “진실을 말하지 않았죠?” 유정옥은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이었다. 약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를 리 없었다. 게다가 여민지와 아무런 연이 없었다면 여민지가 왜 갑자기 그녀를 찾아갔겠는가. 문가영의 직설적인 태도에 유정옥도 당황했다. 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문가영을 쉽게 휘두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유진성 역시 유정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금세 눈치채고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경찰에 넘겼다. 유정옥은 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조 원장님 수술 전에 여민지가 자신을 찾아와 일을 도와달라며 부탁했고, 그 대가로 현금 4000만 원을 건넸다고 한다. 유정옥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아들의 신혼집 마련 자금이 절실했던 터라 거절할 수 없었다. 문가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손바닥에 식은땀이 흘렀다. 여민지가 이렇게 일찍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여민지가 경찰 조사를 받는 날, 구혜림이 문가영을 찾아왔다. 평소의 우아하고 당당한 모습과는 달리 그녀는 많이 지쳐 보였다. 구혜림은 문가영에게 조용히 말했다. “할 말이 있어.” 예전처럼 거만하거나 높은 자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손서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문가영은 그녀를 진정시키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구혜림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건물 아래 작은 정원에서, 구혜림은 복잡한 감정을 담은 눈빛으로 문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솔직히 네가 이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다.” 문가영이 조용히 물었다. “무슨 얘기가 하고 싶으신 거예요?” “우리 집안이 너 때문에 이렇게 망가진 거, 속 시원하지?” 구혜림이 물었다. “저는 문씨 가문을 망친 적 없어요. 사실을 말한 것뿐이죠.” 구혜림은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소운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