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9화

문지성이 말할 때, 목소리에는 날 선 기운이 가득했다. 눈빛에는 여민지를 전혀 동생으로 여기지 않는 듯한, 노골적인 혐오감이 서려 있었다. 문가영은 문지성이 내민 그 서류를 펼쳐 들고는 금세 얼굴빛이 변했다. 한참 마음을 진정시키고서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사라 언니 사고도 여민지 때문에 일어났던 거예요?” 잠시 후, 뭔가를 떠올린 듯 문가영은 갑자기 문지성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럼 문소운 씨와 구혜림 씨는 알고 계셨던 거예요? 만약 정말 여민지 때문에 사라 언니가 세상을 떠난 거라면...” 문가영은 말을 잇지 못했다. 문소운과 구혜림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이렇게까지 여민지를 챙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가영은 너무 충격을 받아서 말문이 막혔다. 문지성이 조사해 온 자료에는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권승재가 정신 질환이 발작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전을 했고, 그 때문에 문사라의 차와 충돌해 사고가 난 것이었다. 게다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 수 있었는데도 여민지는 이를 막았다. 배상할 돈이 없다는 이유였다. 또한, 범인이 권승재였기 때문에 권동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국 권씨 가문 사람들은 피범벅이 된 문사라를 그대로 둔 채 사고 현장을 떠나버렸다. 그렇게 문사라는 최적의 치료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한참 후에야 문가영이 무거운 마음으로 물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에요?” 문지성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절차대로 처리해야지.” 여민지가 동생이라고 해서 봐주거나 하지 않을 거라는 의미였다. 문가영이 다시 물었다. “이런 것들은 어디서 어떻게 알아낸 거예요?” “권동해랑 여수진을 통해서.” 문지성이 두 이름을 꺼낼 때, 얼굴에는 짙은 혐오가 떠올랐다. 문지성은 거의 무너져 가던 노블 그룹을 되살린 사람이었다. 물론 그 과정이 모두 깨끗하고 정당하진 않았다. 그래서 여민지가 부리는 잔꾀쯤은 이미 훤히 꿰뚫고 있었다. 게다가 예전에 여수진이 처음 문씨 가문에 왔을 때, 문지성은 우연히 여수진이 여민지를 협박하는 말을 듣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