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9화
진수빈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키가 크고 듬직한 그가 문가영 앞에 서자, 그녀에게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했다.
진수빈이 조용히 물었다.
“방금 문지성이랑 같이 내려갔어?”
문가영이 대답했다.
“네, 잠깐 얘기했어요.”
“무슨 얘기를 했는데?”
진수빈이 눈을 떼지 않고 다시 물었다.
문가영은 요즘 상태가 좋지 않아 줄곧 병실에만 있으려 했다.
유정원이 아무리 애교를 부리며 매달려도 문가영은 병실 밖을 나서지 않았다.
진수빈이 문사라 이유를 대도 잠깐 나가 있는 게 전부였다.
방금 문지성과 함께 있을 때처럼 그녀가 먼저 대화를 시도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잠깐이었지만 문지성과 함께 있을 때의 문가영은 비로소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진수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실 나랑 얘기해도 되잖아.”
문가영은 병실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한마디 던졌다.
“수빈 씨랑은 할 이야기가 없어요.”
진수빈이 따라 들어가려 하자 문가영은 돌아서서 문 앞에 섰다.
병원복이 헐렁해 보일 만큼 야위어 보이는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진수빈을 마주했다.
진수빈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는 물러서기로 했다.
적어도 방금 문지성과 함께 있을 때의 문가영은 그렇게 우울해 보이지 않았다.
진수빈은 병실을 나서고는 문가영이 문을 닫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 문은 마치 두 사람을 잇는 길마저 닫는 듯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마음속 복잡한 감정을 추슬렀다.
신경외과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이 문가영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잇따라 찾아왔다.
방우지와 이희성은 과일을 한 아름 들고 왔다.
문가영은 별말 없이 조용히 받아들였다.”
그들은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 짧게 인사만 하고 자리를 떴다.
한편, 진수빈은 하루 종일 병실 밖에서 자리를 지켰다.
방우지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진수빈에게 말을 건넸다.
“진 선생님, 할 얘기가 있어요.”
공원 벤치에서.
방우지는 그의 오른손을 바라보더니 물었다.
“좀 어때요? 아직도 안 될 것 같아요?”
진수빈은 무심코 주먹을 꽉 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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