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0화

그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문지성, 더러운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을 거야. 가영이는 네 동생이라고.” 문지성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긴장감이 감돌던 그때,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문가영은 밖에 서 있는 문지성과 진수빈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문지성이 들고 있던 밀크티를 보며 잠시 머뭇거리고는 입을 열었다. “밀크티 사 왔네요.” 문지성의 차가웠던 표정이 누그러졌다. 그는 밀크티를 문가영에게 건네며 말했다. “네가 좋아하는 맛으로 사 왔어.” “왜 들어오지 않았어요?” 문가영은 밀크티를 받으며 병실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진수빈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짙게 묻어 있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깊고 또렷했다. 문가영은 잠깐 손목을 내려다보고는 곧바로 빼내려 했다. 힘이 들어가면서 진수빈의 손이 튕겨 나갔지만 문가영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나 건드리지 마요.” 진수빈은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곧 마음을 가다듬고는 침착하게 말했다. “가영아, 네 옆에는 문지성만 있는 게 아니야. 나도 여기서 너를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왜 그녀의 눈에는 오직 문지성만 보이는 걸까. 왜 문지성의 호의만은 거부하는 걸까. 진수빈은 그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의 존재를 부정하듯, 문가영의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기다려 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 그 말을 끝으로 문가영은 문지성과 함께 병실로 향했다.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 안에서 문지성의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원 씨한테서 들었는데 요즘 계속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지성 씨라면 안 귀찮겠어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문가영이 던진 대답이었다. 그렇게 문이 완전히 닫혔다. 진수빈이 마지막으로 들은 건 자신이 귀찮다는 문가영의 말이었다. 가슴이 저려왔지만 그는 숨을 고르면서 눈을 감았다. 그는 지금 문가영이 평소와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무엇이든 모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 문지성이 문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