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2화
문가영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가슴속에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진수빈을 바라봤다.
“오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어요.”
몇 번이나 물었지만 번번이 거절당하며 쌓인 실망감은 이곳에 대한 기대를 이미 다 지워버린 지 오래였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연수의 편지만 받고 갈게요.”
진수빈은 그녀 말속에 숨은 고집을 모를 리 없었다.
그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지만 이내 담담하게 말했다.
“밥 먹고 나서 같이 편지 가지러 가자.”
문가영은 그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식사를 이어갔다. 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은 자리였다.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진수빈은 문가영을 데리고 예전에 살던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그때 진수빈이 불쑥 입을 열었다.
“이 아파트는 민지한테 줬어. 민지랑 같이 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네가 영주로 간 뒤로 나도 계속 병원에 있었거든.”
문가영은 너무나도 익숙했던 거리들을 묵묵히 바라봤다.
진수빈은 운전대를 꽉 쥐더니 말을 이어갔다.
“민지가 내 목숨을 구해줬잖아. 그때 병원에 있기 싫다길래 이 집을 그냥 줬어. 서로 미안할 것 없이 깔끔하게 정리한 셈이지.”
그는 진심을 담아 설명했다.
예전 같았으면 굳이 꺼내지 않았을 말이었다.
지금은 한 마디라도 더 전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문가영이 원하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갑자기 진수빈의 말을 끊었다.
“연수 편지가 여기 있어요?”
진수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문가영은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연수 편지가 여기 있다면 수빈 씨가 직접 가져와 줘요. 그게 아니라면 편지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줘요.”
그녀의 말투에는 그 어떤 감정도 묻어나지 않았다.
이곳에 대한 미련도, 기대도 없는 듯했다.
진수빈은 그 말을 듣더니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잠깐의 침묵 끝에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내가 방금 한 말, 제대로 들었어?”
문가영은 잠시 머뭇거리다 솔직하게 대답했다.
“수빈 씨 말에는 관심 없어요. 난 여민지 씨가 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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