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4화

진수빈이 퇴원하는 날, 임슬기는 바로 진씨 가문으로 돌아오길 원했지만 진수빈은 문가영을 데리고 새로 산 아파트로 향했다. 새로 산 아파트라 간단한 가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진수빈의 까다로운 성격을 봤을 때 이런 곳에서 살 것 같지 않았다. 문가영의 의문을 눈치챈 듯 진수빈이 설명했다. “전에 산 집이야. 계속 병원에 있다 보니 여기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문가영이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 “여기서 살기 불편한 것 같은데 일단 진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거 어때요?”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사실 이렇게 말한 데는 자기만의 생각이 있었다. 진수빈이 진씨 가문에 돌아가기만 하면 더 이상 그를 돌보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진수빈은 그녀의 말을 바로 거절했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는 다가가 문가영의 손을 잡은 채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폭풍전야의 서막을 암시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진수빈이 말했다. “난 그냥 너랑 함께 있고 싶어.” 문가영은 진수빈과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아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 “쉬고 있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최대한 누워서 쉬는 게 좋다고 했잖아요.” 그녀가 말을 마치고 돌아서려 하자 진수빈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물었다. “어디 갈 건데?” 문가영은 입을 꽉 다문 채 텅 빈 방을 바라보며 진수빈의 손을 뿌리쳤다. “장 좀 보고 올게요.” 진수빈이 또 뭔가 말하려 했지만 문가영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수빈 씨를 돌봐달라면서요. 곧 돌아올게요.” 그러고는 급히 집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진수빈의 눈빛이 어두워지긴 했지만 결국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진수빈이 문가영을 이 아파트로 데려온 의도는 분명했다. 그는 아예 문가영을 떠나보낼 생각이 없었다. 문가영은 이 문제에 얽매이지 않았다. 진수빈은 지금 환자라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저녁. 문가영은 거실 소파에 누워서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문지성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문지성이 단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