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0화

여민지의 목소리에는 옅은 서글픔이 배어 있었다. 명우는 순간 얼어붙었으나 곧 마음을 다잡았다. “문사라에게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건 처음 듣습니다.” 여민지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할 건 없어요. 전 어릴 적 집을 잃고 떠돌다 불과 몇 해 전에서야 문씨 가문으로 돌아왔으니까요.” 그녀는 말을 잇는 동안 내내 명우의 눈빛을 살폈다. 타고난 눈치 덕분에 그 시선 속에 서린 그리움과 아픔을 읽어낼 수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는 걸 직감한 것이다. 사실 마음만 먹었다면 여민지는 누구와도 원만히 지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전북에 살던 시절, 남들 앞에서 내세울 자존심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지난 어둠의 시간을 지나오며 그 자존심은 산산이 무너져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명우가 듣고 싶어 할 이야기를 짐작했고 구혜림이 수없이 되뇌던 문사라의 추억을 꺼냈다. 그 순간만큼은 구혜림의 집요한 말들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헤어질 무렵, 여민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명우 씨, 연락처를 남겨주실 수 있을까요? 언니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이제는 많지 않으니까요. 저는 언니와 함께 태어났지만 서로의 성장을 함께하지 못했으니 그 또한 큰 아쉬움이겠죠.” 명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가족들에게는 듣지 않으셨습니까?” 여민지는 시선을 떨구며 조용히 답했다. “너무 오래 집을 떠나 있었기에 가족들과는 마음을 트기 어려워요.” 그 말은 명우의 가슴에도 와 닿았다. 그는 오랜 세월 해외에서 지냈고 명씨 가문과 문씨 가문 또한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으니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여민지가 실제로 억울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여겼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문사라와 각별한 친구였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저와도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여민지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정말 기쁩니다.” ― 명우가 여민지를 만난 일은 겉으로 보기엔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결국 그는 문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