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4화
문가영이 담담히 말했다.
“제가 반박하든 말든 그건 수빈 씨와 상관없어요. 애초에 지성 씨랑 저 사이엔 아무 일도 없으니까요. 없는 일을 굳이 부정할 필요가 있나요?”
진수빈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구혜림은 이미 그렇게 믿고 있잖아.”
그의 다급한 기색을 잠시 바라보던 문가영이 천천히 답했다.
“누가 뭐라 한다고 해서 진실이 달라지진 않아요. 괜히 저 자신을 증명하느라 힘 빼고 싶지 않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를 뜨려다 문득 발길을 멈췄다. 다시 돌아서며 차분히 덧붙였다.
“그보다 왜 그런 얘기가 구혜림 귀에 들어갔는지를 먼저 따져야 하지 않겠어요?”
진수빈은 잠자코 그녀를 응시했다. 문가영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제 생각엔 여민지일 거예요. 정말 절 걱정한다면 차라리 원인을 없애는 데 힘을 보태는 게 맞지 않을까요?”
-
집으로 돌아온 문가영은 곧 문지성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피곤이 묻어나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병원 쪽은 다 정리했어. 미안하다. 그 사람 상태가 불안정해서 당분간은 병원에서 요양해야 할 거야.”
‘그 사람’이라 함은 구혜림이었다.
문가영은 대수롭지 않게 화제를 돌렸다.
“누가 그런 말 퍼뜨렸는지, 지성 씨도 짐작하죠?”
“그래.”
문지성은 병원 복도에 서서 차갑고 굳은 표정으로 단호히 말했다.
“곧 처리하마.”
“네, 믿을게요.”
문가영은 고개를 떨군 채 짧게 대답했다. 그 말이 거짓임을 너무도 잘 알았기에 굳이 더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빨리 여민지 문제를 끝내는 게 더 중요했다.
통화를 마치려던 순간, 문지성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가영아, 넌 너무 담담하구나.”
“억울한 소문일수록 직접 증명하려 들면 오히려 덫에 빠져요. 차라리 진실을 드러내는 게 더 빠르죠.”
“소문이라...”
문지성이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다. 이어 비웃듯 낮게 말했다.
“그래, 소문일 뿐이지.”
문가영은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곧 답이었다.
문지성이 병실로 들어서자 구혜림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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