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마음이 불안한 문가영은 몸을 감싼 수건을 꽉 붙잡았다. 진수빈은 문가영이 자신의 물건을 만지는 것을 싫어했다. 머릿속으로 변명할 말을 생각하는 문가영은 진수빈이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평소와 달리 조금 따뜻해진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진수빈의 호흡이 조금 거칠어졌다. 오늘 진수빈은 휴일이었지만 이희성이 갑자기 전화를 해 특이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다며 진료를 부탁했다. 병원에서 돌아온 뒤 습관처럼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려 했는데 문을 열자 조금 전의 장면이 펼쳐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진수빈의 코안에 달콤한 우유 향기가 가득했다. 침을 꿀꺽 삼킨 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린 뒤 움츠러든 문가영의 어깨와 아름다운 쇄골을 보고는 방금 본 장면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기억력이 아주 좋은 진수빈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조금 전의 장면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다. 진수빈은 문득 교과서에서 배운 인체 구조가 생각났다. 하지만 그런 인체 모형은 전혀 흥미를 끌지 못했다. 진수빈이 한참이나 말이 없자 그가 화가 났다고 생각한 문가영은 더욱 긴장했다. “정말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관리인에게 제 방 온수기 점검해 달라고 해줄래요? 뜨거운 물이 진짜로 안 나왔거든요. 게다가 갑자기 정전도 되고...” 다급한 목소리에 진수빈이 정신을 차렸다. 눈을 감았다 뜬 그는 평소처럼 맑은 눈으로 한마디 했다. “알았어.” 말을 마치고 자리를 뜨려던 진수빈은 문가영이 뒤따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진수빈의 머릿속에는 오직 빨리 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우유 향기는 계속 진수빈의 주변을 맴돌았다. 평소 화장실에서 거실까지의 거리가 아주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매우 먼 것 같았다. 마음속에 이유 모를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최대한 눌렀다. 하지만 복도 모퉁이를 돌던 순간 갑작스러운 바람이 일었다. 문가영의 젖은 머리카락이 진수빈의 팔에 닿자 차가운 물기가 순간적으로 셔츠를 적시며 그의 피부에 전해졌다. 차가운 감각이었지만 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