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4화
문가영은 조용히 진수빈을 바라보았다.
평온한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오랜 침묵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도망은 수빈 씨가 치를 대가가 아니에요. 당신은 여전하네요.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말을 마친 문가영이 망설이지 않고 병실을 나섰다.
병실을 벗어나는 순간 억지로 유지하고 있던 평온함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긴 의자에 기대앉은 문가영이 고개를 떨군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옳고 그름조차 분간할 수 없는 혼란이 가슴속에 남아 있었다.
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가영 씨?”
명우였다.
문가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언제 다가온 건지, 명우는 어느새 그녀의 곁에 앉아 있었다.
“회장님이랑 교수님 말씀 들었어요. 가영 씨는 A국으로 안 간다면서요?”
문가영이 낮게 대답했다.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아니에요.”
돌아가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아직 마음속의 짐을 내려놓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를 눈치챈 명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오늘 문가영 씨 찾으러 오려고 했는데, 교수님께서 가영 씨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요.”
“A국으로 돌아가도록 설득하라고 하시던가요?”
명우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이 다 그렇지 않나요. 가영 씨가 더는 이곳에 남아 있길 바라지 않겠죠.”
문가영이 조용히 시선을 내리깔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내게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문가영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진수빈과 가족, 그리고 명우 등등의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미안해하고 있었다.
“나 계속 사고만 치는 것 같아요. 늘 누군가에게 짐이 되고….”
손서희와 유진성은 그녀와 함께 A국으로 떠나고 싶어 하는데 그녀는 여전히 진수빈 때문에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겨울바람이 매섭게 옷을 뚫고 들어왔다.
잠시 침묵하던 명우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문사라 씨 무덤, 다시 정비됐어요. 혹시라도 걱정할까 봐 알려주려고 온 거예요.”
“무덤이…?”
문가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