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3화
문가영의 대답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녀 또한 과거의 그녀가 왜 진수빈을 좋아했는지 알지 못했으니까.
어쩌면 어린 시절의 진수빈이 늘 어둑한 골목을 함께 걸어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가 너무 잘생겼기 때문일지도.
이유 같은 건 한 번도 따져 본 적 없었다.
진수빈은 문가영의 대답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아요.”
문가영이 남자의 가슴을 밀어내며 덧붙였다.
“상처 조심해요. 더 이상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그리고는 소파에 놓여 있던 일기장을 집어 들었다.
얼굴에 스친 복잡한 기색은 금세 지워졌다.
“아까 말했죠. 다 보면 돌려주겠다고. 이제 제가 가져갈게요.”
일기장은 곧장 문가영의 가방으로 들어갔다.
진수빈이 맥없이 눈을 감았다.
그가 떠나려는 문가영을 불러 세웠다.
“… 내게, 기회를 줄 수 있을까? 다시 널 사랑하고 싶어. 이번엔 제대로 정식으로 네게 구애하고 싶어. 예전엔 네가 나를 좇았지만 이젠 내가 네 그림자를 좇을게. 그래도 돼?”
문가영이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했다.
“좇는다는 게 뭔지 알아요?”
“일기장에 적힌 모든 걸 다시 할게. 그 외에도, 더 많은 모습을 보여줄게. 그리고… 네게 내 진심을 보여줄게.”
진수빈의 눈에 간절한 빛이 일렁였다.
그를 마주한 문가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
그녀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 우선 치료부터 해요.”
그 말에 진수빈이 눈을 빛냈다.
“그럼… 허락하는 거야?”
그러나 문가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렸다.
“난 이곳에 오래 머물지 않을 거예요. 곧 A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이어가야 해요.”
“나도 함께할게.”
진수빈이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문가영은 대답하지 않고 말없이 가방을 챙겨 병실을 나섰다.
성우빈, 천수연과의 저녁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정원이 병원 앞에서 문가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모임은 유일 그룹을 대신해 성우빈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자리였다.
이후엔 유진성과 손서희가 직접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지성은 끝내 답장을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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