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문가영이 고개를 들자 진수빈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조용히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주 성가셔질 거야.” 그 말은 문가영이 호텔에 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문가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술 냄새를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미 방 안 가득한 냄샌데 뭐가 다르겠어?” 진수빈의 목소리는 낮고 깊게 울렸다. “내일 청소부가 와서 치울 거야.” 문가영은 짧게 대답한 뒤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홍 아주머니의 일로 가득했고 임슬기가 무슨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진수빈의 태도가 오늘따라 이상하다는 걸 느꼈지만 그 이유를 곱씹을 여유는 없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거실은 고요했다. 진수빈은 이미 방으로 들어간 듯했다. 문가영은 작은 소파에 앉아 창문을 살짝 열었다. 밤바람이 부드럽게 흘러들어와 젖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스쳤다. 생각이 너무 많아 쉽게 잠들 수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던 순간 부엌 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샤워를 마친 진수빈이 물을 마시러 나온 것이었다. 그는 무심한 듯 걸어 나오다 소파에 앉아 있는 문가영을 발견했다. 그녀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그녀는 얇은 면 소재의 스트랩리스 잠옷을 입고 있었다. 부드러운 조명이 닿은 그녀의 피부는 은은하게 빛났고 젖은 머리카락이 잠옷에 희미한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머리 말려.” 문가영은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진수빈이 가운을 입고 그녀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가운의 목 부분이 열려 있었고 그의 가슴에 물기가 맺혀 있었다. 아마 샤워를 막 마친 모양이었다. 헐렁한 가운 아래로 진수빈의 어깨가 희미하게 드러났다. 문가영은 불안한 마음에 시선을 돌렸다. 예전에 그녀가 참을 수 없을 때마다 진수빈의 어깨를 물어뜯었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조금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