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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2화

“그래. 사람이 없는 곳에 가야 해. 누군가 보기라도 한다면 놀랄까 봐서 말이야.” 이태호는 웃으며 혼자 앞서갔다. 그는 자신의 말 때문에 백정연이 뒤에서 망상을 하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백정연은 어이가 없었다. 이태호는 그래도 점잖아 보였는데 이렇게 마음이 급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문득 백지연이 전에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이태호는 겉으로는 점잖은 척해도 사실은 설렜을 거란 걸 말이다. 그것은 일종의 암시였다. 이태호는 분명 가벼운 남자일 것이다. 백정연은 진도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되어 불편했다. 심지어 이태호는 지금까지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그녀를 데리고 숲속으로 가서 그런 짓을 할 생각인 듯했다. 백정연은 조금 망설여졌다. 그녀는 이태호와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되길 원했지만 이런 속도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이태호의 뒤를 따르면서 걸음이 점점 더 늦춰졌다. 그녀는 자신의 처음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호텔, 그것도 안 되면 모텔, 심지어 숨겨진 동굴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숲속에서 처음을 경험해야 한다니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너도 다른 사람들이 놀랄까 봐 걱정돼?” 백정연이 말했다. “그렇다면 다음에 해요. 전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그러나 이태호는 그녀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했다. 이태호는 고개를 돌려 백정연을 바라보다가 그녀를 재촉했다. “정연아, 왜 그렇게 늦게 걸어? 얼른 와. 난 기다리지 못하겠다고. 혼자서 뭘 중얼거리고 있어? 걸음도 느리고 말이야!” 백정연은 정신이 아찔했다. 이태호는 아주 성급했다. ‘세상에.’ 이때 백정연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태호를 사랑했고 만약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가 화를 내거나 언짢아해서 다음번에는 자신을 찾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다. 백정연은 무척 망설였다. 드디어 한 곳에 도착해서야 이태호는 그제야 멈춰 섰다. 그는 몸을 돌려 다가오는 백정연에게 말했다. “여기에서 하자. 여기 사람이 없으니까.” 백정연은 식은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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