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73화
이태호는 주변 수사들의 낮은 속삭임에도 전혀 개의치 않은 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땅에 앉아 소모된 체력을 회복하고 있었다.
그때, 전승지 입구에 막 도착한 예진기는 이 모습을 보고 냉소를 지었다.
“이태호, 이번엔 어떻게 살아남을지 두고 보자.”
예진기는 곁에 서 있는 용족 천교 오수혁을 힐끗 바라보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진한 살의를 품었다.
이번 작전을 위해 혼원성지는 막대한 대가를 감수하고 용족은 물론 건주와 나주의 마도성지들과 협력했다.
반드시 동해 비경에서 이태호를 제거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그렇지 않으면 이태호는 그 무서운 재능에 진선의 정혈까지 더해져 십 년도 채 되지 않아 성황에 오를 것이며 수십 년 내에 성인의 경지에 도달할 가능성도 농후했다.
예진기에게 있어 진선의 혈액은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하지만 그 기회는 결국 이태호에게 빼앗겼고 그에 대한 증오심은 마치 재산을 모두 잃고 부모를 살해당한 것처럼 깊었다.
예진기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오수혁을 향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시선을 거둔 채 조용히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아직 전승지를 둘러싼 진법 금제의 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에 그들은 섣불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예진기의 등장에 주변 수사들은 일제히 싸늘한 시선을 이태호에게 보냈지만 정작 전투는 일어나지 않자 모두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그중에는 예리한 감각을 지닌 이들도 있었다.
예진기와 오수혁이 충돌 없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유심히 살피던 몇몇 수사들은 이내 눈빛을 가라앉히며 조소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이 정적이 곧 폭풍 전의 고요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진짜 싸움은 전승지 안에서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런 분위기를 느낀 수사들 일부는 조용히 이태호와 예진기 일행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 저편에서 갑작스럽게 검은 균열이 일며 허공에 통로가 열렸다.
그 틈에서 솟구쳐 나온 것은 한 줄기 거대한 검은 마기였다.
지옥에서 불어온 듯한 그 음침한 기운은 하늘의 온도를 순식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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