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화
진동욱은 정말로 한숨도 못 잤다.
다음 날 아침, 거울 속 그의 눈가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자리 잡고 있었고, 병원으로 향하는 길 내내 정신이 몽롱했다.
진료실에 앉아 겨우 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이내 문이 열리며 이수아가 들어섰다.
이수아의 얼굴에는 여전히 오만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가 앉아 있는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눈빛에는 마치 하찮은 존재를 내려다보는 듯한 멸시가 서려 있었다.
“내가 뭐라고 했어요? 당장 병원 그만두라고 했죠?”
진동욱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몇 걸음 뒷걸음질 쳤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수아 씨, 전 어쩔 수 없이 그 일에 끌려들어 간 거예요. 이제 와서 저를 버리시면 안 됩니다. 여긴 법이 있는 사회예요.”
이수아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번거롭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며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진동욱! 정신 차려! 돈은 이미 줬어.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헛소리야? 늦었어. 날 배신하면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내 말대로 하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안 그러면...”
그 말속에는 분명한 협박이 담겨 있었다.
이수아가 자리를 뜨자, 진동욱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굵은 땀이 이마에서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는 어젯밤, 차에 치일 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오늘 밤에도 어제처럼 운 좋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나는 죽을 수 없어. 살아남아야 해!”
그때 바로 병원 복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진아가 병실 앞에 서 있었다.
이수아는 그녀를 보는 순간 얼굴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언니...”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이씨 가문의 사람들도 이진아를 찾고 있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대놓고 나타날 수 있지?’
이수아는 순간적으로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이내 표정을 바꿔 눈물을 머금은 채 애처롭게 입술을 떨었다.
“언니, 엄마한테도 부탁했어. 제발 언니를 정신병원에 보내지 말아 달라고. 그런데도 이렇게 병원까지 와서 날 조롱해야 속이 시원해? 내 아이는 이미 사라졌어. 이제 그만할 때도 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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