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5화

이런 미묘한 분위기는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이진아가 차에서 내린 후 강현우에게 잘 보이려고 먼저 휠체어를 잡고 밀었는데 호텔 입구에서 이재명을 만날 줄은 몰랐다. 오늘 이재명도 회식 자리가 있어서 왔다. 이진아를 발견하자 불러세웠다. “진아야?” 이진아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 났다. ‘왜 어디를 가나 이씨 사람들을 볼 수 있지?’ 그녀는 못 들은 척하고 싶었지만 이재명이 다가왔다. 이재명도 이제 나이를 좀 먹었지만 뜻밖에도 강현우의 앞에서 비굴하거나 거만하지도 않았지만 아주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 “강 대표, 오랜만이에요.” 강현우는 고개를 들어 힐끗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네.” 이재명은 이진아의 팔을 두드리면서 대견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진아가 강인 그룹에 취직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안심이 되었어요. 대표님은 훌륭하신 분이고 한 사람의 과거보다는 능력을 위주로 본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진아가 강 대표의 회사에서 분명히 크게 성장할 것입니다.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진아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재명이 강현우에게 과거의 지나간 일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틀림없이 강현우의 다리와 관련된 일이었다. 이진아는 다소 난감했다. 모두 강현우의 다리는 그녀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이재명은 웃음을 머금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럼 강 대표를 방해하지 않고 이만 가볼게요.” 그러면서 그는 또 이진아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강 대표를 따라서 열심히 일해. 네가 더 성숙해지면 회사의 결책에 참여시킬 수 있어. 진아야, 너도 철들 때가 됐어.” 이진아는 이 아버지에 대해 별로 정이 없었다. 그녀가 깨어난 이후로 아버지는 대부분 침묵을 지켰거나 문채원과 같이 그녀를 비난해 왔다. 그리고 늘 가슴이 아프고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진아는 가슴이 답답했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그녀가 과거에 정말 악질이었다면 이재명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런 기억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