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화
박여진은 피할 틈도 없이 벽에 밀려 목을 뒤로 젖힌 채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 못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은 듯, 그녀는 고개를 홱 돌렸다.
하지만 박태호의 입술은 이미 그녀의 뺨을 스쳐 지나갔고, 그는 멈출 생각 없이 얼굴 곳곳을 더듬으며 흔적을 남겼다.
“박태호, 이쯤에서 그만해.”
“아직 멀었어. 방 안에서도 겨우 참았어. 하룻밤을 함께 보내놓고 나를 이렇게 버려?”
박태호는 그녀의 턱이 거칠게 움켜잡고 다시 거침없이 키스했다.
복도 한편에 서 있던 이진아는 본능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얼굴엔 경악이 가득했다.
그녀는 얼른 정신을 다잡고 조심스럽게 룸 문을 닫아주었다.
심장은 벼락을 맞은 듯 요동쳤다.
이진아는 한참을 복도에서 숨을 고른 끝에야 식사하던 룸으로 돌아갔다.
강현우와 연정훈은 마주 앉아 있었지만, 둘 다 아무 말이 없었다. 묘하게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그렇다고 어색하진 않았다.
이진아가 자리에 앉자 강현우가 슬쩍 물었다.
“찾았어?”
이진아는 곁눈질로 연정훈을 한번 살핀 뒤, 고개를 저었다.
“못 봤어요. 식당이 워낙 커서, 어디로 갔는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강현우는 그저 가볍게 웃고 말았다.
이진아는 혹시 연정훈이 뭔가 더 물을까 싶어 고개를 숙인 채 죽을 한 숟갈 떴다.
다행히 연정훈은 아무 일도 없던 듯 담담하게 강현우에게 해외 고전 소설 이야기를 꺼냈다.
십 분쯤 지났을 때쯤 박태호가 돌아왔다.
입술 주변을 닦으며 들어섰지만, 그의 입가에는 립스틱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는 연정훈 옆자리에 앉으며 시선을 의식한 듯한 말투로 도발을 던졌다.
“우리 누나가 혹시 예전에 남자 친구 있었다는 얘기도 하던가요?”
연정훈은 테이블 위에 놓인 두유를 들이마시며 담담히 웃었다.
“그럼요. 어린놈이라 철이 없어서 헤어졌다고 하던데요?”
박태호의 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입가에 묻은 자국을 티슈로 닦아내면서 의미심장하게 내뱉었다.
“그렇죠. 말로야 뭐 못 하겠어요. 어린놈이랑 안 맞아서 헤어졌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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