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8화

“진아야, 저녁 사 왔어. 문 좀 열어 줘, 진아야.” 이진아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Z에게 문을 열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의 신분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그에게 신신당부했다. “먼저 자요. 잠깐 얘기하고 올게요.” 그런데 침대에서 내려가자마자 Z가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가지 말아요.” 목소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 걸 보니 기분이 좋지 않은 듯했다. 이진아는 조금 의아했지만 냉정하고 덤덤하게 말했다. “먼저 자요.” Z는 손을 놓고 침대에 누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 반쪽을 이불 속에 파묻었다. 화가 난 건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 사람은 정말로 사람 마음을 약해지게 하는 재주가 있다니까.’ 원래는 강서준을 만나러 나가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럴 마음이 사라져 다시 침대에 누웠다. “기분 안 좋아요? 왠지 우울해 보여요.” Z는 몸을 돌려 이진아를 꽉 껴안았다. ‘대체 어디 가서 무슨 일을 당했길래 이렇게 꽉 껴안는 거야?’ 이진아는 오후에 낮잠을 잔 탓에 잠이 오지 않아 그와 수다를 떨기로 했다. “제트, 우리 얘기 좀 할까요? 다크 나이트에서 괴롭히는 사람 없어요?” “없어요.” 빠르게 대답했다가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덧붙였다. “적어도 지금은 없어요.” ‘예전에는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나 보군.’ 이진아는 몸을 돌려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쿡 찔렀다. “정말요? 지금은 엄청 무서운 사람인가 봐요?” 그 말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러자 Z가 이진아의 손가락을 덥석 잡았다. “진아 씨 말고 날 괴롭히는 사람 없어요.” 이진아는 너무도 억울했다. ‘내가 언제 괴롭혔다고.’ 그녀가 눈을 감으려던 그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아 씨 얘기 좀 해줘요. 상사랑 동료에 관해서요.” “동료는 딱히 할 말 없고 상사는 꽤 잔인한 사람인 것 같아요.” 잔인하다는 말이 나온 순간 분위기가 갑자기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진아는 눈치채지 못하고 그의 품에 안겼다. “어쨌든 그 사람과는 다른 세계의